무서운 대출이자, 높은 것부터 '죽여라'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8.12.01 04:10

[머니위크]빚 줄이기 해법을 찾아라

국내 가계 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가계빚, 소득의 1.5배", "금융기관 가계빚만 500조원 돌파". 소득은 제자리인데, 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 위기로 전이되면서 경고음은 더욱 크게 울린다.

돈을 빌려 집을 사고 펀드와 주식에 투자했던 레버리지 잔치는 이제 잊어야 할 때가 됐다. 디레버리지(Deleverage ; 차입축소) 시대가 왔다.

◆'좋은 빚'의 함정에서 깨어나라

한때 "빚도 자산"이라며 레버리지를 강조하던 분위기는 최근 급격히 냉랭해졌다.

지난 2006년 서울 외곽의 106m² 아파트(당시 시세 4억원)를 담보로 2억원을 대출 받은 오용준(48·가명)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당시 주택 담보 금리는 5% 후반대. 펀드에 투자해 20~30%만 수익을 올려도 레버리지 효과가 상당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사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꽤 수익이 높았다. 내심 "투자 잘했다"며 부자 된 기분에 외식도 늘리고 가족 여행도 즐겼다.

그러나 이후 수익은 곤두박질 쳤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말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환헤지를 한 것이 더욱 치명적인 실수로 돌아왔다. 현재 원금은 2000만원 남짓 남았는데 환손실 비용은 25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이성호 희망재무설계 본부장은 "가능한 빨리 집을 매각해 빚을 갚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2006년 월 100만원 수준이던 대출 비용은 현재 월 170만원으로 뛴 상태. 언제 오를지 모르는 주택 가격만 믿고 월 170만원의 대출 비용을 감당하기보다는 1년 2000만원의 돈이라도 착실히 챙기라는 조언. 이 본부장은 "위기의 순간에서는 확실한 길을 가라"고 했다.

2008년 현재 주택담보대출 부담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 원리금상환부담률(원금 및 이자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3%에 그쳤으나 지난 6월에는 20.7%로 크게 높아졌다.

이 본부장은 "흔히 대출 받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집을 파는 것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출에도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빚이 있다면 이를 갚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이동훈(36) 씨는 4년 전 내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가진 돈은 이전의 전세금 9000만원이 전부였다. 2억6000만원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로 1억5000만원을 받았고 2000만원은 신용대출을 받았다. 또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이사비용 등으로 충당했다.

내집 마련에 기뻐한 것은 잠시. 집값은 4년 전에 비해 1000만원이 올랐지만 매월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100만원(주택담보 이자 70만원+신용대출 이자 20만원+마이너스 통장 등)이 넘기 때문이다.

대출 당시에는 5년이면 청산할 줄 알았지만, 갚아도 이자는 줄지 않고 있다. 겨우 주택담보 이자만 성실히 갚아가는 상태. 신용대출은 오히려 3000만원으로 늘었고, 마이너스통장도 1000만원의 바닥을 보이고 있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이성호 본부장은 "자영업자의 특성상 소득이 불규칙해 매월 일정하게 갚아나가는 것이 힘들었고, 특히 애초 목표했던 주택 대출상환만을 고집한 것이 더 큰 화근"이라고 지적했다. 즉 주택담보 대출 상환한다고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끌어다 쓰는 것은 무모한 선택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빚 갚는 데도 순서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금리가 높은 순서부터 갚아나가야 한다. 따라서 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을 먼저 갚는 게 현명하다.

만일 최악의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을 쓰는 경우라면 한국이지론(www.egloan.co.kr)을 통해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업체로 갈아타는 ‘환승론’ 이용이 바람직하다.

☞ 효율적인 대출을 위한 점검사항

1. 상환가능성을 점검하고, 상환계획을 먼저 수립하자.
2. 가급적 담보대출을 이용하자.

3. 대출 금리도 협상의 대상이다.
4. 대출의 부대조건(설정비, 법무사 수수료, 인지대 등)을 따져본다.

◆저축하라고? "빚 갚을 돈도 없는데"

"당장 빚을 줄이는 것보다 가계 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재무설계ㆍ교육업체인 에듀머니의 박종호 재무교육 강사는 "고객들에게 빚을 갚는데 소득을 올인 하기보다 매월 5만~10만원씩이라도 반드시 떼어 저축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한다.

빚 갚을 돈도 없는 사람에게 저축하라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저축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전세 금액을 늘려야 한다거나 자녀 학자금 지출 등이 증가한다면?

박종호 강사는 "만약의 위험 상황이 됐을 때 대출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지금은 실물경제가 얼어붙고 신용경색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가르침도 되새겨야 한다. 다시 말해 가계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여나가며 절약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특히나 '가불인생'은 경계대상. 박종호 강사는 "당장 연말상여금을 기대하고 마이너스 통장을 썼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 상여금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예컨대 "보너스가 나오는 달 등 소득의 편차가 있다면 소득이 적은 달에 맞춰 생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 마이너스 통장, 상환작전

1. 급여계좌가 마이너스 통장이라면 당장 급여계좌를 별도로 개설하자.
2. 마이너스통장에는 매월 이자+상환금액을 입금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라.
3. 월 소비예산의 별도의 지출통장으로 관리한다.
4. 마이너스통장을 대체하기 위한 별도의 비상자금을 적립한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배우는 자산 관리 3계명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돈(빚)에 대한 고민을 아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는 오늘날에도 자산관리에 도움이 되는 교훈이 많다.

1. 착한 상인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친구의 빚보증을 섰던 안토니오의 재산은 모두 바다에 묶여 있었다. 운용할 '가용재산'이 없었던 것. 그래서 배가 난파됐을 때 죽음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만일 자산이 모두 부동산 등 고정자산에 묶여 있다면 지금 당장 단기자금을 만들어야 한다. 자금 포트폴리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유동자산, 비상예비자금이다.

2.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자.

가장 큰 위험은 예측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이 나온 시기는 아마 해상보험이 탄생하기 전이었을 것. 안토니오가 해상보험에 가입했다면 배가 난파됐을 때 즉시 보험금을 수령해 빚을 갚을 수 있었다.

3.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계획과 설계

미래에 대한 비계획적인 소비,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부모에게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흥청망청 써버리고 안토니에게 돈을 빌리는 바사니오. 그는 무리한 대출로 미래를 저당 잡힌 현대인의 모습과 같다.

참고자료 및 도움말: <대출의 기술>, 이성호 희망재무설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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