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 은행 유동성 더 꼬인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8.11.20 16:16

외화표시채권 상환에 자금 소진, 원화·외화 유동성 말라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가 환율 급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은행들은 외화표시채권 상환에 더 많은 자금을 소진해야 하고 불안한 환율은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이 은행 유동성 문제의 또 다른 복병이 되고 있는 셈.

◇환율 급등, 유동성 먹는 블랙홀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다 전날보다 50.5원 오른 1497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달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1200원대로 내려간 이후 상승세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환율 급등은 가뜩이나 부족한 은행의 유동성을 더욱 옥죄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화표시채권의 만기 연장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올라 상환에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외화표시채권 발행할 당시 환율이 1000원이었는데 지금 환율은 1500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당연히 상환하는데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은행들에게 20조원에 가까운 원화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정작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떠나는 외국인 달러 ‘품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지만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도 환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은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아 달러를 빼내가기 때문”이라며 “외화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들이 외국인들의 국채 환매요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11월 들어서만 약 2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고, 채권 시장에서도 약 1조3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약 3조7000억원 규모의 달러가 외국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10월에도 외국인들은 주식과 채권을 팔아 약 9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유 수석연구원은 “한은이 은행에 달러를 공급해도 은행들은 이를 대출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외화표시채권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며 “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율 변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동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나선다고 환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 자칫 외환보유고만 소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금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해서 환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금융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까지 기다리면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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