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성장률 낮아지면 우리 생활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11.21 08:35
-4% '장미빛 전망' 불구 "올해보다 좋은 것 없다"
-3%대 성장시, 수출증가율 '0' 가능
-2%이하땐 내수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3%에도 못미칠 것이란 전망에 이어 1%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정부 목표치 4%와 큰 차이를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씩 낮아질 때마다 실제 우리 생활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성장률 1%포인트 차이에 따라 체감경기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4% 성장해도 좋은 건 없다=정부는 지난 3일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4%로 제시했다. 객관적인 여건은 3% 내외지만 정책 효과로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현재로선 정부 바람대로 내년 성장률이 4%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 나쁜 소식은 설사 4%라는 낙관적 전망이 실현된다 해도 올해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점이다.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이 4.3%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4% 성장을 한다 해도 올해와 비슷한 정도의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성장률이 4%면 취업자 증가수는 정책 효과로 올해보다 7만~8만명이 더 늘어난 20만명 내외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취업자 증가수는 9만7000명으로 1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비하면 '장미빛 전망'이지만 일자리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엔 어려운 숫자다.

수출은 올해 전망치 4495억달러보다 9.0% 증가한 4900억달러로 예상된다. 수출 증가율은 올해 21%보다 크게 둔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경제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9% 증가도 대단한 선전이다.

민간소비는 올해 1.9%보다 다소 높아진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둔화를 내수가 어느 정도 상쇄하는 모양이 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이 효과를 발휘하면 내수는 올해보다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가 살아날 경우 수출이 둔화돼도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올해보다 나아질 수도 있다.

명목 임금 상승률은 6.0%로 올해 6.5%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중반대로 안정되면 실질 임금상승률은 지난 7월까지 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였던 올해보다 나아질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가 올해 4% 후반에서 내년 3%중반으로 안정되면 구매력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년 4% 성장은 수출이 한자리수나마 증가세를 계속하고 내수가 정책 효과로 올해보다 나아질 경우에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특히 이 경우 내수가 올해보다 활성화되면서 체감경기 자체는 오히려 나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최선의 '환상적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3% 성장시 수출 증가는 없다=그러나 4% 성장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점에 대해선 정부조차 인정한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성장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되고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을 보일 경우 현재로선 가장 현실성 있는 전망이 3% 초반대 성장률이다. 내년 성장률이 4%에서 3%로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단적으로 1%포인트 차이로 정부의 '장미빛 전망'이 우울하게 바뀐다.

우선 취업자 증가수가 20만명에서 12만~13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고용사정이 어렵다는 올해 10월까지 평균 취업자 증가수가 16만7000명이었으니 내년에는 취업문이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된다.

수출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EU, 일본 등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데다 중국마저 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지면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돌아설 수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되면서 2001년 수출이 마이너스를 보인 적이 있다"며 "세계 경제 불황으로 개발도상국마저 5% 성장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수출은 올해보다 오히려 줄며 마이너스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이 위축되면 내수에 기대를 걸어야 하지만 3% 성장이라면 내수도 밝지 않다. 이미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지 오래고 설비·건설투자는 벌써 '제로'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설비·건설 투자액은 실질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몇년동안 내수부진이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성장률이 3.3%라고 한다면 내수는 1%남짓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2007년 우리나라 성장률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기여도는 1.3%포인트에 불과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임금 인상도 제한될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공무원 임금을 동결한데 이어 공기업 임직원들의 임금도 동결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공공기관의 임금 동결은 일반 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임금상승률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노조가 사측이 제시한 임금상승률 3%를 받아들인 것도 이를 방증한다.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질 임금상승률은 경제 성장률에 못미치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 성장률이 3% 정도라면 실질임금은 2% 정도 인상되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2% 이하면 내수 '마이너스' 성장=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최근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1.4%로 대폭 낮췄다. UBS,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등의 외국계 금융기관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보고 있다.

아시아 경기가 선진국보다 낫긴 하겠지만 선진국의 경기 침체 영향을 비켜갈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아시아의 경제성장률도 0.6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동철 KDI 선임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정도 내려가면 통상 우리나라 성장률도 0.6~1%포인트 정도 빠진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성장이 2%이하로 떨어지면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내수와 순수출 중 하나는 마이너스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면 순수출보다는 내수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수입 감소폭이 이보다 클 것이기 때문에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플러스가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내수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면 체감경기는 극도로 악화된다. 서비스업, 건설업, 유통업 등 내수업종이 극도의 불황을 겪게 되고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배가된다.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지면 일자리도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취업자 증가수는 7만명 정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부장은 "성장률이 정체를 보이면 실업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뒤따라 전체 임금상승률도 마이너스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1970년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적은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5%)와 외환위기 때인 1998년(-6.9%) 뿐이었다.

외환위기 때만큼 어렵다고 하는데 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높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신흥국들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지출 확대라는 국제적인 공조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전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4조위안(800조원)에 달하는 재정지출 확대는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정택 KDI 원장은 "1차, 2차 오일쇼크 때에는 지금과 같은 국제공조가 전혀 없었다"며 "글로벌 공조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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