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장, '해결사'가 없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11.20 16:08

[말랑한 경제- 카스테라]

"예전에는 어떤 위기가 와도 '역전의 명장'들이 버티고 있어 든든했는데, 지금은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이럴 때야말로 정말 '금융의 대가'들이 필요한데···"

기획재정부 한 간부의 말이다. 외환위기 이후 온갖 위기를 이겨낸 옛 금융정책라인 '금융 고수' 선배들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지난달말 한미 통화스와프가 성사된 뒤 잠시 안정되는가 싶던 주식, 외환 등 금융시장이 다시 대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씨티그룹의 유동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미국발 소식에 1000선을 내주며 7%나 폭락, 940대로 주저앉았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판 돈으로 달러화 매집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1497원으로 50.5원이나 치솟았다.

상황이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제는 시장조차 금융시장의 '해결사'를 원하고 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라며 "시장이 인정하는 사람들 중에 '한다면 정말로 한다'는 이미지의 묵직한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 '능력'과 '뚝심'을 인정받은 관록의 '올드보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설,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를 책임지고 도맡을 'Mr. 구조조정'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올드보이 컴백론'에 불을 당긴 인물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그는 지난달 27일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이헌재씨가 경제부총리할 때가 외환위기 직후였는데, 이분이 묵직하게 정책을 이끌어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공이 굉장히 컸다"고 말해 이 전 부총리를 차기 재정부 장관으로 염두해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에는 다른 '해결사'들의 실명도 추가로 거론되고 있다.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현 J&A FAS 회장)이 대표적이다. 외환위기 직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은행 구조조정을 지휘한 전력이 있다. 당시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은행 퇴출을 주도해 강한 '뚝심'을 인정받았다.

신용불량자 문제, 카드채 부실 사태 등을 처리한 경험이 있는 '관치 인간문화재' 김석동 전 재경부 차관(현 농협경제연구소장)도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역대 가장 노련한 금융관료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위기 때마다 대책반 지휘를 도맡아 '영원한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정부에 이 같은 '금융의 대가'들이 보이지 않을까? 한 전직 관료는 "외환위기 직후 재정경제원이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해제되는 과정에서 재정원의 상당수 우수한 인력들이 민간행을 택했다"며 "이것이 금융정책라인에서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에는 외환위기, 대우 사태, 카드 대란 등 위기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돌아올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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