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딜링룸 "번갯불 콩볶듯" 난리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8.11.20 16:09

원/달러 환율 1497원 마감…10년8개월 만에 최고치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은 것 같은 기분이네요."

20일 오후 2시40분. 마감시간을 20분 남겨둔 외환 딜링룸은 말그대로 난리통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도 연출됐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1517원을 찍은 상황에서 달러를 팔아달라는 20개 업체 요청을 받았다. 환율이 워낙 높아 사려는 곳이 없다가 환율이 점점 내리면서 1515원, 1502원에서 2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97원으로 마감하며 1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날보다 50.5원 올랐다.

이런 폭등은 미국 증시의 폭락 영향이 가장 컸다. 미국 다우지수와 유럽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게 환율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 하나은행 딜링룸의 고용희 차장은 "현재로선 미국 시장과 글로벌경기 자체가 좋아지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 월말이나 연말이 다가올수록 수출업체의 밀어내기 물량이 나왔던 과거 상황과도 정반대다. 수출업체들이 타이밍을 재면서 늦춰놨던 결제수요가 다가오는데다 은행권 수요까지 겹치면서 12월 말까지는 달러를 사야하는 곳이 훨씬 더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외환창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해외송금은 뚝 끊겼고 해외에서 송금을 했던 교포들의 환전 요청만 잇따랐다.

달러 실수요자라 할 수 있는 해외에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도 달러를 내다 팔았다. 투기 목적이라기보다 해외송금을 위해 사놨던 달러를 일단 팔아놨다가 환율이 좀 내리면 다시 사겠다는 심산이다.

외환창구 관계자는 "선호도 측면에서 US달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시아 증시가 떨어지면 투신사, 운용사에서는 헤지를 한다"고 환율 급등 배경을 설명했다.

또 "주가가 떨어지는 날에는 해외송금 수요라고 생각하고 달러를 사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3박자가 맞아떨어지다보니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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