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개편안 오리무중…납세자들 분통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8.11.22 10:10

[토요부동산]당정 의견 오락가락…헌재 결정이후 더 혼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임모씨는 종합부동산세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이달초만해도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위헌 결정이 나면 종부세 걱정은 끝나는줄 알았다. 그동안 냈던 종부세를 모두 돌려받는다는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헌재의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 후에도 종부세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비롯해 1주택자 장기보유기간, 종부세 존폐 등을 놓고 정치권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임씨는 종부세 환급도 못 받는다. 세대별 합산 과세만 위헌으로 결정나면서 1주택자인 임씨는 사실상 환급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임씨는 "올해만 참으면 내년부터 종부세에서 해방되는줄 알았는데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지 도통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한치 앞도 못보고 갈팡질팡하는 정부와 정치권 때문에 늘 국민들만 골탕을 먹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13일 헌재가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종부세 개편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종부세 과세기준만 현행 6억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을 뿐 1주택자의 장기보유기간,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여부 등은 아직까지 정하지 못했다.

종부세 위헌논란에 기름을 부었던 정부, 종부세 개편안을 주도했던 여당, 종부세 개편을 반대하는 야당 모두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여당 고위 관계자들마저 입장이 다르다.

정부에서 헌법재판소로, 또 다시 정치권으로 이어지는 종부세 '핑퐁게임'에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강남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도곡동에 사는 정모씨는 "나중에 기준이 어떻게 바뀌든지 일단 세금부터 내라는게 말이 되냐"며 "경기 침체로 한푼이 아쉬운 국민들의 심정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종부세 개편안 쟁점은=정부와 여당은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헌재가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방식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과세기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인별 합산방식 도입으로 과세기준을 손대지 않아도 종부세 대상이 대폭 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2억원짜리 집을 부부가 공동명의로 보유하면 남편 6억원, 부인 6억원으로 계산, 종부세가 면제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현행 6억원인 과세기준을 유지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다만 부부동거 단독명의 1주택자에게는 3억원의 기초 공제를 적용해 과세기준을 사실상 9억원으로 올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주택자 장기보유기간도 쟁점이다. 헌재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는 헌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해서다. '헌법불일치'는 '위헌'과 달리 개정법에 따라 시행 여부가 달라지는데다 '장기보유'라는 단서가 붙으면서 종부세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당정은 당초 1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줄 방침이었다. 하지만 3년을 장기보유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급히 방향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양도세 장기보유 기준인 10년 이상과 농지의 양도세 장기보유 감면기준인 8년 이상을 준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현재는 3년과 10년은 너무 차이가 큰 만큼 8년 이상으로 정하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율과 존치 여부도 검토 대상. 정부는 과표구간별로 1∼3%인 현행 종부세율을 0.5∼1%로 바꾸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여당은 정부안보다는 소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부세를 그대로 둘 것인지, 없앨 것인지도 논쟁거리다. 여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종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납세자 혼란…고가주택 찬바람=지난 9월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은 주택분 과세기준을 높여 종부세 대상을 줄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세기준 개편은 시행도 하기 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과세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계산기를 두드렸던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회사원 박모씨는 "정부 말 한마디에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왔다 갔다 한다"며 "오락가락 하는 정부를 믿고 세금을 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시장은 '정중동'이다. 매도자, 매수자 모두 움직임이 없다. 매물이 추가로 나오지는 않지만 급매물은 여전히 쌓여 있다. 이달초 잠시 들썩였던 일부 단지 호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도곡동의 한 중개업자는 "2∼3년 전 같으면 전화통에 불이 났을텐데 문의전화 한통 없다"며 "종부세 위헌 결정이 나면 고가주택 호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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