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의 10월' 원인은 무엇이었나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11.20 09:54

정구현 삼성硏 사장 "펀더멘탈 취약·외국인 비중 높은 증시 등 이유"

10월은 한국 금융시장에게 충격적인 시기였다. 외국인 주식매도로 국내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원화가치도 급락했다. 10월 한달간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폭은 러시아(-46.1%)에 이어 -33.5%로 가장 높았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21.71% 하락하며 금융위기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는 파운드화(9.29%), 유로화(10.16%)의 하락폭을 크게 웃돌았다. 왜 한국은 10월 전세계적인 금융 공황 상태에 유독 취약했을까.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은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블랙 옥토버(Black October)'에 대한 몇가지 해석을 내놨다.

정 사장은 우선 '시장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고 강조해 왔지만 해외에서 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올 상반기까지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경상수지 적자는 한국이 유일했고 외환보유액도 8월 2432억 달러에서 10월 2123억 달러로 2개월 동안 309억 달러 감소했다는 것.

정 사장은 이어 만기불일치와 투자불일치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환위험 헤지가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불일치를 초래했고 외국인과 내국인의 주식투자 불일치도 불안 요인이었다는 지적했다.


정 사장은 또 마진콜과 수익률 하락에 따른 환매요구에 직면한 헤지펀드는 각국의 공매도 규제로 인해 투자전략에 차질이 생기자 국내 주식을 대규모 매도해 '공포의 10월'을 불렀다는 분석을 내놨다.

헤지펀드를 위시한 외국인 투자자는 현금화가 쉬운 국내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도한 후 본국으로 송환했다는 것. 정 사장은 "한국 자본시장이 상당히 두텁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하락을 덜 일으키면서 주식을 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10월 아시아 국가별 전체 외국인 순매도 782억 달러 중 한국이 45.6%인 356억5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결국 '외국인 주식 매도→환율상승→주가하락'의 악순환을 반복했다는 게 정 사장의 분석이다.

정 사장은 특히 "헤지펀드의 자산매각과 환매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주식시장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사장은 이밖에 10월 이전까지의 우리 주식시장 하락폭이 신흥시장 평균에 비해 작았다는 점도 10월 들어 주가하락률이 컸던 이유 중 하나였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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