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육계는]대학들의 표정관리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11.21 10:01
교육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반드시 받는 질문이 있다. 평준화 정책을 계속 유지할 거냐 말거냐 하는 질문이다.

10년만의 정권교체 첫 해인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 첫 교육부 수장인 김도연 전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평준화 정책의 근간인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현 안병만 장관은 “평준화 정책기조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까지 했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유달리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고 있어 “3불정책의 점진적 폐지” 정도의 대답을 예상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렇다면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No)’다. 정부의 평준화 정책 유지는 ‘거짓말’에 가깝다.

올 3월 교과부는 2012년 이후 대입을 완전 자율화시키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입업무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이양 중이다. 대교협은 지난 8월 2010학년도 입시까지는 ‘3불’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장 올해 수시모집에서 본고사형 논술문제가 상당수 출제됐다.

고교등급제 금지도 이미 무너진 지 오래됐다. 입학원서를 쓸 때부터 일반고와 특목고를 구별 표기토록 돼 있다. 대입학원 강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학들은 이미 고교 학력 순위를 공유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하고 서로 많이 데려가려 안달이라고 한다. 평준화를 금지옥엽처럼 다뤄온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는데 지금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반응이다.

기여입학제도 실행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많다. 소수이긴 하지만 지금도 특정인의 추천으로 면접만 보고 입학을 허락하는 전형이 있다. 대학들이 너도나도 도입하는 입학사정관제 역시 기여입학제로 변질될 가능성을 늘 내포하고 있다. 획일적 입시제도의 대안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잠재력 평가라는 것이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 악용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보면 3불은 이미 무너진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왜 교육부 장관들은 ‘평준화 유지’, ‘3불 유지’를 입버릇처럼 되뇌는 걸까. 교과부 관계자는 “3불폐지를 인정하는 순간 전쟁이 시작된다”고 얘기한다. 평준화 옹호론자들의 집중 공격 때문에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다는 것.

결국 장관들의 ‘평준화 노래’는 일종의 페이크요 불문율이라는 소리다. 사실상 평준화를 깼다는 비판에 대처하는 노래도 있다. “평준화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월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노래다.

완전자율을 준다니 대학들은 신이 났다. 감 놔라 배 놔라 교육부 간섭도 봉쇄됐다.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의 ‘고려대 특목고 우대’ 논란도 결국에는 대학의 승리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학들은 말과 뜻이 다른 정부정책을 잘 읽고 있기에 여론 악화 말고는 크게 부담될 게 없다. 서울대 등 다수의 대학들은 이미 2010학년도 대입전형을 평준화와 먼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제는 학부모들이다. 우리 아이 좋은 대학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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