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정부대책, 흔들리는 시장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8.11.20 07:00

기업 흑자도산 막기 정부대책 '혼선'..기업들 신청기피 '촌극'

기업의 흑자 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각종 대책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구제금융'(Bailout)과 '구조조정'(Restructuring)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정작 기업들이 지원신청 조차 않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들도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부실 기업을 과감하게 퇴출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나아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진 우량기업도 선뜻 지원하지 않고 있다.

건설사 대주단 협약이 혼란의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위원회는 대주단 협약을 통해 건설사의 채무를 1년간 연장하고 필요한 경우 신규 자금도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건설사들이 눈치만 보면서 꿈쩍을 하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는 도급순위 100위 업체를 한꺼번에 대주단에 가입시키기로 하고 참여를 독촉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지원을 신청했다 탈락하거나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단 한 곳도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구제금융'을 생각했지만 건설사들은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인 탓이다. 이처럼 대주단 협약 가입을 놓고 시장에 혼선이 빚어지자 금융위는 결국 대주단 협약 가입시기와 조건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의 의도와 시장의 반응이 엇갈린 데는 정부의 메시지가 통일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 9월30일 중소기업 신속지원제도(패스트 트랙)를 발표하면서 "회생 가능한 기업만 지원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은행의 몸사리기 행태를 비판하면서 "자금지원을 통해 기업들을 어떻게 든 살려 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금융위에선 "옥석 가리는 작업을 일시가 아닌 순차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실제 구조조정될 만한 곳이 그리 많지도 않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실물경제의 위기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정부에서 구조조정보다는 금융지원 쪽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며 "이 때문에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금융회사들이 기업 부실을 대신 짊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업계에 휘둘리는 모습도 포착된다. 금융위는 지난 18일 중소형 조선사들이 자금난을 호소하자 '패스트트랙'(신속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을 통한 보증한도는 일반 중소기업에 10억원까지, 키코 피해를 보았다면 20억원까지다. 조선업계는 이 정도 규모로는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칙을 정하고, 단일한 창구를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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