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현금마케팅땐 SO시장 '흔들'

김은령 기자 | 2008.11.20 08:00

[케이블TV업계 위기 뛰어넘기<4>]정부, 불법마케팅 철저히 단속해야

편집자주 | IPTV의 등장으로 케이블TV업계가 '생존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IPTV처럼 서비스지역을 넓히고 싶지만 '사업권역제한'이 가로막고 있고, 덩치를 키우고 싶지만 이 역시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방송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갈 길이 바쁜 케이블TV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삼는 해법이 무엇일지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통신업체들이 실시간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케이블TV사업자(SO)와 유료방송 시장을 놓고 가입자 확보경쟁을 벌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 유료방송 가입자는 케이블TV 가입자 1500만 가구와 위성방송 가입자 230만 가구를 합쳐, 1730만 가구에 이른다. 전체 가구수가 1800만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여기에 IPTV까지 등장했으니, 유료방송 시장의 가입자 쟁탈전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때문에 SO들은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다. IPTV업체인 KT와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은 이미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가입자 쟁탈전을 끝없이 해온 마케팅 '프로'들이고, SO들은 정해진 울타리에서 경쟁없이 사업해온 마케팅 '아마추어'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IPTV업체들은 이제부터 가입자를 모집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엄청난 마케팅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업체들은 실시간 방송없이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만 제공하는 프리IPTV도 '끼워팔기'식으로 가입자를 모집했던 전례가 있다.

물론 프리IPTV 가입자를 모집할 때처럼 IPTV업체들이 막무가내식으로 마케팅을 펼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저가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이용약관 승인 때 IPTV 가격을 정액제로 하고, 할인폭과 할인조건 등을 꼼꼼히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비롯해 IPTV 콘텐츠 확보에 든 비용이나 망투자비 등을 감안하면 프리IPTV 때처럼 '공짜마케팅'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SO들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모집할 때처럼 IPTV도 '현금' 마케팅으로 가입자 모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SO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IPTV 가입자에게 현금을 15만~30만원씩 제공한다면 SO들은 가입자를 고스란히 뺏길 수밖에 없다"면서 "전국사업을 하는 통신사업자의 탄탄한 유통망에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계열사 유통망까지 총동원되면 승부는 뻔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SO들은 대응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를 중심으로 SO들이 연합해 디지털케이블 방송 브랜드를 만들고 공동 광고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올 상반기동안 케이블TV에 대한 소비자 피해신고가 681건에 달할 만큼 SO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큰 편이다. 따라서 MSO를 중심으로 고객서비스 부서를 확충하고 고객만족도 조사를 하는 등 고객서비스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IPTV업체들의 이런 대응책으로는 IPTV업체들의 현금마케팅을 방어하기 힘들다고 SO들은 말한다. 동원할 현금이 없기 때문에 저가상품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이 방법도 한계가 드러나는 소모전이라는 것이다.

SO들은 정부가 과도한 출혈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SO 관계자는 "이용약관 등으로 과도한 경품을 금지시키고 불법적으로 가격을 내리거나 현금 마케팅을 하는 경우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IPTV특별법은 가입자 전환을 지연시키거나 부당하게 유인, 과다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이를 어기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정부의 단속의지만 있다면, 과열마케팅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료방송을 둘러싼 IPTV와 SO간의 경쟁이 동반성장 계기가 될지, 제살 깎아먹기가 될지는 정부의 의지와 사업자 자정노력에 달렸다. 과열 마케팅으로 시장이 왜곡되기 시작하면 향후에 이를 바로잡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여보, 이자 내느니 월세가 낫겠어" 영끌 접었나…확 달라진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