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으로 생존이 가능한 기업에는 은행이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조건적인 대출회수가 결국 은행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대체로 이에 공감하면서도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식의 정책 방향에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한 은행의 중소기업 담당자 A씨는 "모두가 좀 냉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생하기 어려운 곳까지 무조건 지원하라는 것은 은행의 지원여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생존여부를 제대로 선별해 일시적으로 어려운 곳은 돕되 그렇지 못한 곳은 퇴출시켜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연구기관의 B씨는 "무조건적인 대출연장은 은행이 기존에 보유한 대출자산의 추가 부실을 부를 것"이라며 "상황이 악화되는 초기에 정리할 것은 해야지 나중에 큰 화를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 관료를 지낸 C씨는 "기업의 구조조정은 건강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금융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을 지원해야 대외신인도 악화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도 문제는 있다. 옥석을 자신있게 가릴 수 없는데다 자금여력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또다른 은행의 법인영업 책임자 D씨는 "최근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만기 시 원금의 2배가 되는 구조"라며 "은행들이 일단 고비를 넘기고 보자는 차원에서 고금리의 후순위채를 대규모로 찍고 있다"고 말했다.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놓으면 건전성 측면에서 안전판을 확보하게 된다. 신규대출을 억제하면서 위험징후가 보이는 기업에서 대출을 회수해나가면 부실 여신의 증가도 억제된다. 하지만 경제전반의 신용공급이 축소되고 유동성 경색이 심해지면 그 파장은 은행에 부메랑으로 날아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은행권 경제연구소의 E씨는 "개별 은행 때문에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는 것도 피해야 한다"며 "이같은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은행의 자금조달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F씨는 "현재 시중에 돈이 없는 게 문제"라며 "정부와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더 공급해 은행들이 기업 살리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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