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도 줄어… 국제구호단체도 '몸집 줄이기'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8.11.19 09:56

90년대 초반 침체 당시 기부 25% 격감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됨에 따라 국제적십자사, 옥스팜 등 대표적인 구호단체들도 감원 등 몸집 줄이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국제적십자사(회교권은 적신월사)는 18일(현지시간) 2억6500만스위스프랑(2억2000만달러) 규모의 내년 예산을 발표했다. 하지만 목표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불안하다. 경기 침체로 부국들과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미 기부 감소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탈출과 경기 부양에 막대한 재정을 소진했다. 기부 여력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국제적십자사 남아프리카 지부의 책임자인 프랑스와즈 르 고프는 앞서 선진국들이 약속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7% 기부가 한동안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금융권 구제를 위해 70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 경기 부양을 위해 향후 3년간 추가 지원을 약속한 1000억달러의 7배다.

기부 감소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경기 침체는 구호 대상인 개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도국들의 침체 피해는 부국 이상이다. 침체는 개도국들에게 식량가격의 상승, 실업 증가, 원자재 등 상품수출 수입 감소, 해외 노동자의 본국 송금액 격감 등을 의미한다.

최근 세계은행은 내년 개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6.4%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개도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수록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해야 하는 극빈층이 2000만명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또 지난 여름의 고식품가, 고유가로 올해에만 빈곤층수가 1억명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국제적십자사는 우선 감원 등을 통해 비용 지출을 줄이는 한편 예정됐던 일부 계획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거둬졌거나 약속된 올해 기부금으로 어렵사리 내년을 넘긴다 해도 그 다음이 문제다. 국제적십자사는 침체로 인한 기부금 감소가 내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2009년 예산을 내년 예산보다 적은 2억6100만스위스프랑으로 조정했다.

옥스팜은 기부금 증가가 예상을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비용 지출을 10~15% 줄일 계획이다. 본부가 위치한 영국 내 직원 5~7%도 감원할 예정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남아프리카 사무국 책임자 켈리 데이빗에 따르면 1990~1993년 경기 침체 당시 전세계적으로 기부액은 25% 감소했다. 또 기부액이 1992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까진 1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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