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죽으란 법은 없지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1.19 08:15

건설·조선·키코 악재딛고 은행주 부활할지 주목...환율은 부담

미증시마저 무너지면 끝장이라는 것을 점을 직시했는지 이틀 내리 막판 급락하던 뉴욕증시 3대지수가 뒷심을 발휘했다.

다우지수는 장초반 +2.47%에서 오전 5시(한국시간) 직전 -2.03%까지 낙폭을 확대하며 8000선 붕괴 위기감을 불러냈지만 장마감 1시간을 남겨놓고 4%에 가까운 반전을 이뤄내며 +1.83%로 장을 마치는 데 성공했다.
S&P500지수도 +1.78%에서 -2.81%로 급락하며 희망의 끈을 접어야하는 듯 보였지만 막판 대반전을 이뤄내며 +0.98% 상승했다.

양봉이 기록됐음에도 불구하고 5일 이평선을 넘지 못한 모습은 또 다시 하락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나스닥지수가 사흘만에 다시 장중 연저점을 경신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의 경우 종가로 연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등 미증시 전체가 기사회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용은 좋았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11월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가 1985년 지수산정 이후 최저인 9를 기록했지만 건축자재업체인 홈디포의 긍정적인 3분기 실적은 부동산 침체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걱정을 씻어내는 재료였다.
휴렛패커드 또한 예상치를 넘는 4분기 전망을 내놓으며 14.5%나 폭등했다.

국제유가(WTI)가 장중 배럴당 54달러선도 무너지는 등 사흘만에 다시 연저점을 경신했지만 엑슨모빌과 셰브론 등 에너지업체 주가가 각각 4.0%와 3.7% 상승한 점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미국 증시 및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증한 것 또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 9월 수치가 1434억달러로 전달(214억달러)에 비해 7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미국 자본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종말론을 일축했다.

10년만기 미국채 수익률이 지난달 7일 이후 처음 3.6% 밑으로 떨어지면서 2년-10년 국채 스프레드가 2.4% 아래로 떨어지고, 3개월-10년 스프레드 또한 3.5% 밑으로 내려서면서 모기지금리 인하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점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일단 뉴욕증시발 불안감은 해소됐기 때문에 전날 월저점을 경신한 코스피지수가 반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지난달 27일 연저점(892.16)부터 5일 월고점(1217.82)까지 상승폭의 절반 이상을 내준 상태기 때문에 반락 조정이 마무리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다우 및 S&P500 지수가 연저점 지지와 붕괴 사이의 기로에 직면해 있어 심리적인 불안감이 여전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코스피지수의 경우 월저점이 무너진 상태에서 외국인의 주식매도공세에 투신권의 매도가 가세되는 수급불안정 상황이 개선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낙관적인 시각을 되찾기 만만치 않은 일이다.


특히 1448원까지 치솟으면서 또 다시 1500원을 위협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이전의 국가부도 리스크를 떠올리게 만든다.
한국 CDS(크레딧디폴트스왑) 금리가 4.04%로 상승했어도 지난달 27일 최고치(7.0%)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CDS 금리와 원/달러 환율의 동반 상승세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왑협정 체결 이후 국가부도 같은 체계적 위험이 재발한다기보다 일시적인 수급교란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류용석 현대증권 주식시황팀장은 "향후 전개될 글로벌 매크로지표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완충해 줄 새로운 이슈나 이벤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냉정한 시각에서 시장에 드러나 있는 사실과 향후 예상되는 실물지표의 부진 지속 등을 감안해 본다면 미 증시가 직전 저점에서 지지받고 반등할 가능성보다 직전 저점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고 코스피지수도 1000선 재붕괴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10월과 같은 연쇄 충격이 수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필요이상의 경계심은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의 단호한 유동성 공급조치 및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원/달러 환율 뿐만 아니라 시장금리 또한 하락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의 문제는 은행과 전기전자 업종의 부활이다. 은행 주가 동향은 건설부문과 키코옵션까지 포함한 금융불안의 지표로 거론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회생을 제쳐두고는 증시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금 세계 각국이 퍼붓고 있는 자금은 구멍을 메우기 위함이지 부를 재창출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면서 "부의 재창출은 폐허가 된 금융권이 정상화되어야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은행이 없으면 돈의 승수효과가 없고 승수 효과가 없으면 투여한 자본의 효용성도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현 난국을 타개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은행이 제구실을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정태 연구원은 "은행업종 PBR(주가순자산배율)이 0.5배대로 하락해 가격 조정이 상당폭 진행됐고 자기자본을 감액하는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주가가 싸보인다"면서도 "신용경색 국면에서는 안전하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하나씩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똥이 자칫 초가삼간을 태울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리스크를 줄여놓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은행업종이 새로운 사이클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당장은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될 것이기 때문에 몸조심을 하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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