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한화그룹.
사실 딜(deal)이 시작될 때 만해도 시장이 이 정도로 망가질 줄 몰랐다. 포스코와 GS의 불화로 대우조선을 차지하게 됐지만 지금은 안팎에서 불안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주가, 노조, 조선업황이 모두 비우호적 요인이다.
그래서 대우조선 인수를 아직 종결형으로 표기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화가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김승연 회장은 또 다시 '승부사'로 등장했다.
대한생명을 인수할 때도 모두가 안된다고 했다. 김회장은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 대박을 냈다.
이 위험한 순간에 김회장이 주저하지 않고 대우조선을 선택한 것은 이미 3년여 전부터 이 회사를 인수 대상으로 꼼꼼히 들여다 봐 왔기 때문이다. 그저 사업가로서의 '감(感)'과 '직관'에 기댄 것만은 아니다.
# 이랜드는 신성건설을 인수하려다 결국 손을 떼고 물러섰다. 업계에는 극동건설보다 신성건설의 기업내용이 낫다는 평가도 있었다. 극동건설은 지난해 매물로 나왔다. 당시 웅진그룹이 6000억원대의 가격에 인수했다.
이랜드는 이번에 그 4분의1 값으로 신성을 살 수 있었다. 원래 건설업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거래은행도 적극 권했다. 그런데도 결국 '지르지' 않았다.
한국까르푸 인수 후 연착륙을 못시키고 되 팔아야 했던 상처 때문인지, 아니면 매물과 업황을 비관적으로 본건지 모르겠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한 은행임원은 "이랜드가 새가슴이 됐다"고 탄식했다.
물론 새가슴이어서 기회를 놓친 건지, 침착한 절제로 위험을 피한 건지는 지켜볼 일이다.
# 제 색깔을 내고 싶지만 못내는 곳도 있다.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수뇌부는 지금을 기회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헐값에 매물을 주워담을 수 있는 천금 같은 시절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미국의 캘퍼스(캘리포니아 교직원 연금)는 올 하반기에만 400억달러, 20%대의 손실을 봤지만 태연자약하다. 2년이면 충분히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한 손실이어서 여론도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다.
국민연금은 2%만 깨져도 견디기 어려운 비난에 시달린다. 주식을 사면 투기적이라고 욕하고 주식을 안사면 국내기업을 외국인들에게 내줄거냐고, 또는 증시 붕괴를 방관한다고 때린다.
이 지경이니 해외시장에서 투자처를 찾겠다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가 없다. 이미 투자한 해외자산의 손실에 정부와 여론이 너무 민감해 말 꺼내기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분명한 기회'를 슬그머니 외면해야 하는 처지다. 사실 이 상황 자체가 국민연금에게 주어진 선택의 영역에 있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 위기의 시절에 수많은 '선수'들은 이렇게 서로 다른 조건하에 다른 색깔의 선택을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그 결과가 드러나고, 그 결과의 조합들이 한국경제의 미래로 구체화 될 것이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