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KT 신임사장의 자격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 2008.11.19 09:41

새CEO, 개혁주도할 인물이 적임…경영진 견제장치 마련도 시급

KT 신임 사장 공모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KT 사장추천위원회는 당초 17일쯤 사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천할 후보자 자격이 정관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제 와서 정관을 고쳐야 한다느니, 공모를 다시 해야 한다느니 말이 많다. KT 사외이사 1명도 뒤늦게 자격논란에 휩싸이며 사추위 활동에 불참을 선언했다는 말도 들린다.

사실 이 모든 책임은 사추위에 있다. KT 사외이사 전원과 외부인사 1명, 전직 사장 1명이 포함된 사추위에서 회사 정관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 공모를 진행한 탓이다. 하긴 정관에 어긋나는 자격인 줄도 모르고 사외이사로 선임해 지금껏 활동케 한 것을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싶다.

게다가 사추위로 활동하는 KT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을 견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소홀히 해서 오늘날 KT를 비리기업으로 얼룩지게 만든 책임도 있다. 그런 무책임한 사외이사들이 신임 사장을 추천한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KT를 비리로 얼룩지게 한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과거 국민의정부는 KT 민영화 과정에서 주식매각을 통한 재원 마련에만 몰두했을 뿐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는 '경영과 소유의 분리'라는 원칙을 내세워 KT를 주인 없는 기업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오늘과 같은 경영진 납품비리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했다.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였지만 경영진 인맥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면 이사회 기능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주인도 없고 감시자도 없는 기업의 사장은 '절대권력자'일 수밖에 없다.

 
민영화된 지 7년이 넘은 기업이 아직도 공기업처럼 적정입찰가제도, 협력사평가제도를 유지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KT·KTF 납품비리 사건에서도 밝혀졌듯이 납품업체에 적정 입찰가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KT가 투자비를 1000억원만 줄여도 중소기업 수십개가 줄도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KT의 투자비는 국내 IT산업의 '젖줄' 역할을 한다. 수백개 중소기업이 KT의 입찰물량을 따내려고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적정입찰가제도'는 KT에 오히려 독이다.
 
일각에선 소수에 의해 KT 경영이 좌지우지되는 기업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KT는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단순히 경영진 교체가 아닌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공기업 잔재가 남아있고, 소수에 의해 회사 경영이 좌우되는 KT의 현재 경영 모순을 해결하려면 '지주회사체제'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36개 계열사가 KT를 모회사로 수직계열화된 구조에선 KT 사장권한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 이 권한을 분산하려면 지주회사로 전환해서 지주회사가 KT와 계열사 경영을 견제하고 계열사 이사회와 감사가 지주회사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KT 신임 사장의 자격시비는 바로 이런 변화를 주도할 역량을 가진 인물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 KT에는 신뢰회복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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