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왜곡된 기사가 억울하다면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8.11.19 09:07
지난 17일 오전 저축은행중앙회가 '이례적인' e메일을 발송했다. 제목이 '저축은행 구조조정 보도 자제 요청'이었다.
 
"언론에서 저축은행들의 여건이 안좋다고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저축은행은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기사가 이렇게 나가면 고객들이 불안해 하고, 자칫 업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문제의 자료는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으나 이는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연관이 없다"며 "과도한 추측성 보도나 미확인 사실에 대한 보도는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로 마무리됐다. 보도자료에는 5개 언론사 실명과 기사제목까지 명기돼 중앙회가 회원 저축은행들로부터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하게 했다.

금융시장 상황이 워낙 어렵다보니 저축은행처럼 '통사정'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은행권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이 사실과 다르게 기사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이 원하는 건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 같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서 기원한 심리학 용어인데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조직은 자신감을 얻어 능력 이상의 효과를 올린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기자들도 부정적인 시각보다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충분한 자료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다. 분초를 다퉈 취재해야 하는 기자들에게 정보는 생명이다. 그러나 건설업이나 조선업, 저축은행업처럼 업황이 좋지 않은 곳일수록 정보 제공에 소극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부정확한 정보는 왜곡된 기사를 낳기 쉽다. 건설사 대주단에 '살생부' 루머가 나돈 게 게 비근한 사례다. 위기일수록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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