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안 내려가는 이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11.18 18:32

조달금리 상승 등 영향, 채권시장안정펀드 조기 가동할 듯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시장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폭만큼 내려가지 않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매커니즘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는데다 앞으로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될 것을 염려한 은행들이 일찌감치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왜 안내려가나= 한은은 지난달 9일 기준금리를 5.00%로 0.25%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27일 0.75%포인트, 이달 7일 0.25%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하는 등 한달새 무려 1.25%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달 9일 연 5.96%에서 이달 18일 연 5.51%로 0.43%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하폭의 1/3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3년물 회사채(AAA) 금리는 같은 기간 오히려 1%포인트 가량 올랐다.

이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그만큼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최근 금통위 회의 후 "한은이 여러 방면으로 유동성 공급을 늘렸고 기준금리를 대폭 내렸지만 회사채, CD, 기업어음(CP) 쪽에는 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은행의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점도 시장금리 하락을 막는 요인이다.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해외자금시장과 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은 은행들의 주요 자금조달원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그동안 은행들은 은행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했지만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자 고금리 특판 정기예금,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조달금리가 높아진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대출금리를 조절할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한은이 은행채 매입을 시작했지만 이는 기존 채무 만기연장과 같아 실제 은행에 자금이 순유입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엇보다 자금시장이 정상화돼 은행들이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금리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기업부실 가능성 등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국, 시중금리 인하 방안 논의= 정부와 한은은 시장금리를 낮추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위는 다음 주까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내놓고 이를 통해 회사채, 은행채 등을 인수해 시중금리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펀드 자금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한은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은과 펀드 자금 조성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시중에 대거 자금을 풀 계획이다. 한은은 지난달 말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을 RP 방식으로 매입해 단기자금시장에 1조원을 공급한 바 있다. 이때 당일 CD 금리는 0.08%포인트 내려갔다. 또 통화안정증권 중도 환매를 통해 시중에 7000억원을 공급한데 이어 지난주에는 은행채를 8000억원 가량 사들였다. 19일에는 국고채 시장에 1조원을 풀 예정이다.

한은이 CD 금리를 낮추기 위해 RP매매 대상에 CD를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CD를 사들이면 은행들의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금리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은이 더 나아가 특수 목적회사를 통해 CP를 매입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이밖에 기획재정부가 회사채펀드 등에 대해 추가로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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