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하느니… 주식에 몰리는 개미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11.18 18:09

펀드 실망감, 바닥인식 등으로 주식직접투자 늘어..우량주 탐닉

#경기도 고양 일산에 사는 윤모씨(37ㆍ회사원)는 최근 여유자금 2000만원을 코스피종목에 투자했다. 윤씨가 주식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코스피지수가 1000선에서는 당분간 버틸 것으로 보이는데다, 더 떨어져봤자 큰 손실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윤씨는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자 불안한 마음에 2년간 들었던 펀드를 환매했다. 이후 증시의 기세가 꺾이고 경기가 불안해지면서 정기적금에도 기웃거려봤다. 그러나 50%가 넘는 수익률을 맛본 윤씨로서는 시중 적금금리가 아무리 높다해도 성에 차지 않았다.

펀드보다는 코스피시장의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마음먹은 윤씨는 좋은 주식을 골라 3년 이상 묵혀놓을 셈으로 증시에 직접 발을 내디뎠다.

윤씨는 "오랫동안 우량주를 보유하면 언젠가는 보답을 하지 않겠느냐"며 "마음 편히 먹고 십수년 기다리다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장기투자의 심정으로 삼성전자와 POSCO 등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다"고 귀띔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박모씨(50ㆍ자영업)는 최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컴퓨터에 설치했다. 생전 처음 주식투자에 나서는 박씨는 'HTS'라는 것을 설치한 뒤 최근 1주일에 우량주 위주로 한두 종목씩 사고 있다. 한 번에 수십만~수백만원씩 매수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지지부진한데다, 은행 금리도 만족하지 못하는 등 주위를 둘러봐도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어 주위의 권유로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소액으로 사들인 종목이 벌써 6개. 1500만원어치를 아들과 친지의 도움을 받아 코스피 우량주에 투자한 박씨는 증권사 주식중개인에 맡기지 않고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평생 펀드투자도 하지 않던 박씨가 투자에 나선 것은 주위에서 장기간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래 갖고 있으면 과실을 따먹을 것이라는 조언 때문이다. '남에게 돈을 맡기면 언젠가는 분란이 난다'는 지론도 있고, 이 참에 투자방법도 알아보기 위해 직접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박씨도 '묵혀야 장맛'이라는 마음으로 적어도 몇년간은 매수한 주식을 잊고 지낼 생각이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이모씨(34ㆍ회사원)는 최근 수익률이 -50%에 달한 펀드를 해약해 직접 주식투자에 들어갔다. 하염없이 세월을 기다리며 펀드의 수익률이 원금을 회복하는 것을 기다리기 보다 절반만 남은 자금을 직접 우량주를 골라 투자하겠다는 속셈이다.

1년 이상 가입한 펀드가 반토막이 나 속은 상하지만, 코스피와 미국 다우지수가 각각 1000선과 8000선에서 어느 정도 버텨줄 것으로 믿고 과감하게 펀드를 해약한 뒤 직접투자에 돌입했다.

이씨는 "단기에 수익률을 회복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본격적으로 증시가 오르기 시작하면 펀드보다는 반응이 빠를 것으로 믿고 몇년간 묵혀둘 요량으로 직접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현재 지수대에서 급락한다고 해도 신경쓰지는 않는다"며 "외환위기 이후 3년만인 2000년에 증시가 다시 활황을 맞은 점을 교훈삼아 한동안 기다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펀드하느니...개미들 증시로 증시로 =개인들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펀드를 환매해 직접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여유자금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심정'으로 증시 장기전에 돌입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와 함께 시중 고금리 예금 등에도 성이 안차 본격적인 증시 상승기를 대비해 '겨울에 밀집모자'를 사는 액션도 파악되는 분위기다.

1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4거래일간 개인은 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고객예탁금도 장중 900선이 무너진 지난달 27일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들은 18일 코스피시장에서 3620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4거래일간 순매수 규모는 1조3246억원에 이른다.

개인들의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고객예탁금도 지난 17일 기준 10조3819억원이다. 증시가 892.16을 기록하며 장중 900선이 무너졌던 지난달 27일 9조1677억원에 비해 1조2142억원이 증가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매매비중도 지난달 초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미국발 신용위기와 국내 환율 불안이 본격화하던 지난 10월초 개인의 코스피시장 매매비중은 43.0%.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900선이 무너지는 등 10월 광풍이 지나간 이후인 지난 5일 개인매매비중은 67.5%까지 1달만에 24.5%p 급증했다. 18일 개인매매비중은 56.0%로 여전히 높은 비율을 점유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학습효과? 우량주를 탐하다= 특징적인 대목은 최근 개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POSCO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 대형 우량주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개인들은 최근 4거래일 동안 POSCO 주식을 1735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삼성전자도 1544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며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려놨다.

이어 LG전자(1186억원)와 하이닉스(1016억원), 삼성엔지니어링(559억원) 등 순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정확한 통계를 추출해내기는 어렵지만 최근 증시에 뛰어드는 개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 우량주 위주를 선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관과 외국인이 내다파는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해 오랫동안 보유하려는 의도가 감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팀장은 또 "지난달 말 환율 불안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요인으로 기존에 증시에 몸담았던 개인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고 주식시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유입되는 개인들은 신규 매수세력일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3대를 물려줄 주식을 여윳자금으로 산다는 심정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700으로 떨어져도 30% 가량 손해보는 것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식을 사긴 했지만 없는 셈치고 적어도 몇년간 잊고 기다릴 것"이라며 "한참 뒤 타임캡슐을 꺼내는 마음으로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비이상적(?)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지적도 많다.

◇개미가 살아있는 한 바닥은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히 대두되고, 국내에서도 건설사 구조조정과 은행권 불안 등 요소가 남아있지만, 개인들이 최근 시기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고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만은 않다는 지적도 거론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진왜란이나 구한말 등 국난을 겪었을 때 의병이 분연히 떨쳐 일어섰어도 살아남은 적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과거 사례로 보면 개인의 대량 투매가 본격화했을 경우가 증시의 '진바닥'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처럼 개인 비중이 높아지는 국면은 아직 바닥권이 남아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투자의 취지는 좋지만 자칫 펀드투자 실패에서 남은 자금마저 탕진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워렌 버핏과 같은 투자를 염두에 두고 증시에 뛰어들지만 '모든 이가 워렌 버핏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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