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도 "일단 관망"… 응찰자 절반이상 '뚝'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8.11.19 14:41

경매법정 찾는 사람 90%는 "구경만"… 10건 중 3건도 주인 못 찾아

#1. 지난 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법정. 60여명이 법정 안팎에서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날씨, 자녀 대학진학, 주식·펀드 손실 등 신변담이 대부분이다. 긴박하게 정보를 주고 받거나 입찰표를 최종 점검하는 투자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입찰이 마감되는 오전 11시10분. 법정에 100여명이 모였다. 평균 200여명이 몰렸던 몇달전보다투자자수가 줄었지만 법정내 70여개 좌석은 꽉 찼다. 좌석을 차지하지 못한 일부는 뒤에 서서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오전 11시16분. 경매 집행관이 개찰을 시작했다. 이날 총 30개 물건이 경매에 부쳐졌지만 이중 5건만 주인을 찾았다. 응찰자는 10명에 불과했다. 법정을 찾은 사람의 10%만 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최고 입찰경쟁률은 3대 1이었다.

오전 11시28분. 경매가 끝나고 사람들이 일어섰다. 입찰표를 정리하는데 6분, 개찰해 낙찰자를 호명하는데 12분. 정확히 18분이 걸렸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경매 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경매가 열리는 날 법정을 찾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감소한데다 실제 응찰자가 10명 미만인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9일 현재 서울 주거용 경매물건(아파트, 연립·다세대 등)의 평균 입찰경쟁률은 4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1대의 1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서울 주거용 경매물건의 입찰경쟁률은 지난 6월(8.13대 1)까지도 꽤 높았다. 하지만 7월 5.79대 1로 떨어지더니 8월 4.79대 1, 9월 4.77대 1, 10월 3.52대 1로 추락했다. 이달 현재까지는 4대 1 경쟁률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지만 월말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인을 찾는 물건수도 크게 감소했다. 이달 서울에서 총 273개 주거용 물건의 경매가 진행됐지만 낙찰된 물건은 71개뿐이다. 평균 낙찰률은 26%. 지난해 같은 기간 낙찰률 56%(420건 중 235건 낙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7월까지 50%대였던 낙찰률은 8월 46.3%, 9월 44.1%로 하락했다. 지난달엔 급기야 25.6%까지 떨어졌다. 경매에 나오는 10건 가운데 3건도 낙찰되지 않는 셈이다.

서울동부지법에선 지난달 20일에도 14분만에 경매가 끝났다. 32건이 나왔는데 6명이 응찰, 2건만 낙찰됐다. 단번에 법원 경매 사상 △최소 낙찰건수 △최소 참가자수 △최단 진행시간 기록을 세웠다.

서울남부지법에서도 지난달 16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응찰자가 적어 20분만에 개찰이 마무리됐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그동안 서울에선 보통 오후 1시가 넘어야 경매 개찰이 마무리됐다"며 "투자자들은 물론 법원 집행관들조차 20~30분만에 개찰이 끝나는 시장 상황에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각종 규제 완화정책에도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자 실제 응찰은 하지 않고 시장 상황만 체크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집값이 회복되고 있다는 확실한 지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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