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채안펀드가 국채 불안 씨앗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11.19 10:23

조성 발표후 되레 금리급등..대대적 국채공급 충격 예감한 탓

이 기사는 11월18일(09:5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결국 1조원어치 국고채 단순 매입에 나선다. 금융위원회의 어설픈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카드가 질러 놓은 불을 끄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채권시장을 구하겠다며 채안펀드 조성을 발표했지만 이후 국채금리는 오히려 연일 폭등했다.

한은이 소방수로 나서면서 일단 급한 불은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내년 국채 수급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눈치를 챘다. 전문가들이 투자 심리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 시장의 기대와 韓銀의 기회비용

'채안펀드 사태'가 터지자 채권시장에서는 한은만 바라봤다. 채권시장 안정은 신규 투자자금 말고는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돈 들어올 곳이 없는 채권시장은 한은이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나 채권 단순매입을 통해 금리 급등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은 역시 금융시장 안정 비용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조기에 사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시장 자율적으로 쏠림 현상을 시정하면 최상이겠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시장은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한은이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늦추면 늦출수록 '노력과 투입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그동안의 시장 안정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 지난 10월 이후 5.25%에서 4.00%까지 기준금리를 떨구고 수조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 효과가 날아갈 처지였다.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좀 더 지켜보자던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한은이 돈을 풀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시장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고채 단순매입 대상에는 국채선물 12월물 바스켓 종목이 포함됐다. 국채선물이 국채현물 가격을 결정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을 감안했다. 금융위원회와 헤게모니 다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 깨진 그릇과 불확실성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국채금리 급등세는 한풀 꺾였다. 그러나 한 고비를 넘겼을 뿐 국고채 수급 불안은 이제 시작이다.


채안펀드 조성 이후 금리가 급등한 것이 국고채를 구축할 것이란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투자할 수 있는 규모보다 더 많은 국고채가 쏟아질게 눈에 보였지만 10월과 11월초에 금리가 급락했던 이유는 통화완화 정책이었다. 이후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한은은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했고 빠른 금리인하에 가렸던 수급 부담이 점차 현실화됐다.

채안펀드는 불안한 수급 부담을 일거에 터트렸다. 한 시장참가자는 "무딘 칼 하나가 거목을 단숨에 베어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 국채 발행은 채권시장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내년 발행 예정액은 올해보다 14조3000억원 많은 72조6000억원이다. 월평균 발행액도 6조500억원으로 올해 4조4000억원, 2006년 4조원의 1.5배 가량이다. 바이백 등을 감안한 순증 규모도 올해보다 22조원 가량 늘어난 34조1000억원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은행채와 회사채 밀기에 나선 이상 누가 국채 투자 공백을 메울지 의심스럽다. 재정거래를 위해 대규모 국채 투자를 감행했던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국민연금도 정부 정책을 집행하기 바쁘다.

연말과 연초, 국채 시장이 두려운 이유이자 2005년 1월 국채 공급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 외국인과 외국은행들이 우리나라 국고채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구성만을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 누가 국채를 살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시장이 해결해야할 과제는 아닌 것 같다. 국채시장이 불안하면, 크레딧 시장도 흔들린다. 국채는 채권시장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 정부, 넘치는 단기자금을 활용해야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의 자금 조달은 불가피하지만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정부가 국채 발행보다는 재정증권과 한은 차입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채권시장의 지적이다.

채권투자자들의 위험 회피로 단기 자금 시장은 오히려 돈이 남는 상황이다. 한은은 정례 RP를 통해 12조원의 여유자금을 흡수하고 있지만 시장에는 더 큰 규모의 자금을 한은이 흡수해 주길 바라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해 정부가 재정증권을 발행하면 정부로서는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잇고 국채 수급 불안을 줄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한은은 통안증권 발행을 줄여 나가야 한다.

채권시장에 신규 자금을 넣어줄 수 없다면, 넣어주는 곳이 없다면 시장 자체적인 순환을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 시장의 입장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