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주단 협약 가입 '오락가락'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 2008.11.17 19:25

건설사 눈치보기, 당국-은행권 "네가 먼저"

건설사들의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 가입을 놓고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17일까지 도급 순위 100대 건설사를 한꺼번에 대주단 협약에 가입시키려던 정부의 구상은 무산됐다.

정부와 은행권은 가입 시기를 무기한 연장하고 가입 조건도 없애며 '자율적인' 가입을 종용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로 인해 건설사 구조조정을 둘러싼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락가락 왜= 은행권은 지난 4월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건설사들에 대한 채권행사를 1년간 유예해 주는 '대주단 자율협약'을 맺었다. 협약신청 기한은 없었지만, 자격은 신용등급 'BBB-' 이상으로 한정했다. 신규 자금 지원 없이 만기만 연장해주는 조건이었다.

뒤이어 정부의 건설사 구조조정 및 지원방안이 발표됐고, 지난 12일 은행연합회는 건설업협회 등에 "오는 17일까지 100대 건설사들이 단체로 협약에 가입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러자 시장에서는 금융권이 도급순위 100대 건설사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대주단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들은 유동성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대주단 가입을 신청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무엇보다 건설사들이 평판 악화 및 은행의 경영간섭을 우려한 탓이다. 건설사들은 대주단 가입이 사실상 '살생부'에 오르는 것으로 판단했다. 급기야 전광우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대주단 가입이 '살생부'가 아니라 '상생부'라고 해명했지만 건설사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은행들이 건설사들에 대주단 가입을 적극 권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은행들은 거래 업체가 대주단에 들어가면 대출을 정상여신으로 유지할 수 있어 나쁠 게 없다. 다만 채무재조정 및 이자감면 등이 이뤄질 수 있으나, 이는 자체 협의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건설사 역시 1년간 대출을 연장받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대주단을 외면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사들에게 대주단에 들어가라고 하는 것은 열등생 반에 들어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건설사들도 평판악화를 우려해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행 "책임 떠넘기기"= 일각에선 "건설사들의 자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대주단에 가입할 필요는 느끼지만 그렇게 다급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보인다. 대주단 가입보다 금융권의 조건없는 만기연장 등을 원하는 분위기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나 시행사 역시 좀 더 분위기를 살펴보겠다는 태도다. 시행사가 대주단에 들어가면, 지급보증을 한 시공사의 보증채무까지 함께 연장되는 효과가 있어 굳이 대주단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업 구조조정 및 유동성 지원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방침이면서도 건설사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대주단 가입조차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보다 은행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건설사를 떠안고 갈 경우 불확실성만 키워 은행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에도 좋을 게 없다"며 "구조조정을 하려면 제 때에 선제적으로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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