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겪는 창투사

더벨 안영훈 기자 | 2008.11.17 08:38

[thebell note]'국민연금+모태펀드' 공동 출자 필요

이 기사는 11월14일(13: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창투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주 업무인 펀드결성, 투자대상 물색, 조합 해산 중 그 어느 것도 쉬운 것이 없다.

최근 창투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모두가 "간신히 ~했다"는 말을 달고 산다.

펀드 결성을 준비했던 창투사는 "간신히 자금을 구했다"고 했고, 펀드 해산이 임박한 창투사는 "간신히 해산 일정을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간신히 ~했다"는 말 속에는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뜻보다 당장의 위기를 넘겼을 뿐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첩첩산중이란 의미가 깊다.

일례로 최근 '한국모태펀드 2008년 2차 출자사업'에 선정된 13개 창투사들은 간신히 모태펀드로부터 창투조합 설립 종자돈을 받게 됐지만 나머지 자금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마땅히 손을 벌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 창투사 임원은 "아무리 투자실적이 좋아도 '내 코가 석자'인 금융회사들에게 투자요청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며 "서로 부담인걸 아는 상황에서 말 꺼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한국모태펀드 2008년 1차 출자사업'에 선정된 13개 창투사들의 상황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이들 창투사들은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올 초부터 금융권과 접촉한 만큼 한국모태펀드 2차 출자사업에 선정된 창투사들보다 투자유치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겨우 유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모태펀드의 창투조합 결성 마감시한인 지난 8월까지 13개 창투사 중 조합결성에 성공한 창투사는 단 1개사에 불과했다.

한국모태펀드는 마감시한을 이달 말까지 3개월 연장했고, 11일 기준으로 3개사가 조합결성을 마쳤다. 다행히 나머지 10개사들도 마감 시한 내에 조합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결성된 조합의 투자처를 찾는 작업이다. M&A조합의 경우엔 불과 6개월만에 급변한 시장상황 때문에 기존에 물색해 놓은 투자처 대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펀드결성, 투자대상 물색만큼이나 조합해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다른 어떤 업무보다도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내달 만기일이 다가오는 21개 창투조합 중 제대로 해산할 수 있는 조합은 6개 조합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운영 기간을 연장하거나 청산일정을 1년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조합해산이 늦쳐지면서 회수되지 않고 묶여있는 투자금 규모는 1600억원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의 지원은 별 볼일 없다. 한국모태펀드 출자금 증액은 기존의 600억원 수준에서 770억원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한국모태펀드의 출자비율도 10% 늘렸지만 배고픈 창투사들에겐 기별도 안가는 수준이다.

한 전업 창투사 관계자는 "일반 벤처투자의 경우 기존의 30%에서 40%로 출자금을 늘려줬지만 조합결성에 영향을 미치기엔 미흡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창투업계는 다른 대책을 내놓기보다 비상시국인 만큼 한국모태펀드와 국민연금이 같이 출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전까지 한국모태펀드와 국민연금은 좀 더 많은 창투사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각각 따로 창투조합 결성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투자가 막혀버린 상황에서 지원 대상 수를 늘리기보단 창투사가 조합결성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창투업계의 요구다. 이왕 지원할 바에는 업계의 요구에 맞춰주는 것이 실질적인 지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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