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CEO의 보수 과도한가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11.17 09:30
최근 금융위기의 진행 과정에서 파산한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잘못된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막대한 금액의 보수를 받아온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CEO의 보수수준이 높은 것은 일부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미국 대기업 CEO 보수의 장기추세를 연구한 논문(Frydman and Saks, 2008, 'Executive Compensation: A New View from a Long-Term Perspective', 1936∼2005)에 따르면 CEO의 보수는 193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다 그 이후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반면 일반 근로자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 1980년 미국 CEO의 평균 보수가 일반 근로자 평균 임금의 42배였으나 2004년에는 그 비율이 280배에 달하였습니다. (Bogle, 2008, 'Reflection on CEO Compensation', Academy of Management Perspectives)

그렇다면 CEO의 보수가 급격히 증가한 원인은 무엇이며 현재 수준은 과도한 것일까요. 이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 중인데 대체로 다음 두 가지 입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보수 증가의 경제적 원인을 강조하며 CEO 보수가 절대적인 수준은 높지만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과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CEO 보수 증가의 경제적 배경으로 거론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기업규모의 증가입니다.

기업규모가 클 경우 CEO 능력의 작은 차이에 따라 기업이익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능력 있는 CEO가 자산수익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는 경우 자산규모가 50억원인 회사의 수익 증가분은 500만원에 불과하지만 동 규모가 5조원이라면 수익 증가분이 50억원에 달합니다. 따라서 대규모 기업에는 높은 보수를 지급하더라도 좀 더 능력 있는 CEO를 고용하고자 하는 경제적 유인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Gabaix and Landier, 2008, 'Why Has CEO Pay Increased So Much?',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따르면 미국 500대 대기업 CEO의 평균 보수가 1980~2003년 중 6배 증가하였는데 이는 동 기업들의 평균 규모 또한 6배가 커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원칙적으로는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 CEO가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하고 이를 주주 또는 이사회 등에서 적절히 통제하지 못함에 따라 CEO의 보수 또한 기업의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지급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연구(Bebchuk and Fried, 2004, 'Pay Without Performance', Harvard University Press)에 따르면 CEO의 보수가 과도히 지급되는 경향은 이사회가 CEO 통제에 효과적이지 못하거나 CEO를 견제할 대주주나 기관투자가가 없는 경우 또는 경영진이 기업인수 제한규정에 의해 보호받는 경우 등에서 더욱 현저하게 나타났습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에서 소유자인 주주와 경영자인 CEO의 이익이 상치되지 않도록 기업의 경영성과에 따라 CEO의 보수가 결정되는 유인체계를 확립할 필요성은 선진경제로 도약하고자 하는 우리의 경우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미국의 CEO 보수에 대한 논쟁이 타산지석으로 우리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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