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역외펀드,'불완전판매' 소송 임박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 2008.11.16 15:32

고객들, "판매사, 선물환 계약 손실위험 경고 없었다"주장

며칠 전 S씨는 외국계 운용사의 중국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했던 2000만원 중 200만원 가량을 강제 환매 당했다. 환헤지 차원에서 판매사와 1년 만기로 선물환 계약을 맺었는데 예기치 않게 환율이 상승하면서 펀드에 계속 투자하려면 980만원을 추가 불입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 S씨는 "투자금액의 10분의 1 밖에 안 남은 돈을 유지하기 위해 원금의 절반을 더 내야 한다는 데 기가 막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S씨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K씨의 펀드 통장엔 '-250만원'이 찍혀 있다. 1300만원 투자금액 중 증시 급락에 따른 펀드 손실이 900만원, 여기에 600만원 가량이 환차손이 발생하면서 남은 400만원 제하고도 250만원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다.

증시 급락에다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역외펀드 가입시 선물환 계약을 한 투자자들이 '깡통펀드'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환헤지 차원에서 판매사와 선물환 계약을 했으나 환율이 상승하면서 상승분에 대한 환헤지 비용이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온 데 따른 결과다.

국내 운용사가 출시한 해외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운용 과정에서 환헤지를 조절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역외펀드는 해외 운용사가 달러나 유로화로 해외 유가증권에 직접 투자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환헤지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판매사와 선물환 계약을 따로 맺어 환율 변동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지만 이는 선택 사항일 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당시 역외펀드 투자 경험이 전무했던 투자자들이 환율 변동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 없이 환헤지를 했다는 데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사측은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 발생 가능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고 선물환 계약을 마치 역외펀드 가입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피해자는 "은행에선 환율이 떨어지면 손해나니 환헤지를 하는 게 좋고 다들 그렇게 한다고 했다"며 "계약이 만기된 1년 후에도 가입 당시 환율이 적용받는 줄 알았다. 펀드도 투자 손실의 위험이 큰 데 누가 이중으로 위험에 도박하겠는가"라고 분개했다.


개방형 펀드와 만기가 정해진 선물환 계약의 결합 자체가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물환 계약이 통상 1년 만기로 이뤄지는 탓에 1년마다 은행과 환율 차액을 정산해야만 펀드 투자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년 전 역외펀드 3개에 1억5000만원을 분산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는 "가입 때 환율과 만기 때 환율 차액인 3700만원을 내야 펀드가 지속된다고 했지만 여윳돈이 없어 환매액 3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밖에 없었다"며 "선물환 계약 때문에 장기투자 계획도, 손실을 만회할 기회도 잃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투자자들은 '중국펀드선물환계약피해자 소송모임'(http://cafe.daum.net/chinfund)을 통해 역외펀드 환손실에 대한 소송을 준비중이다. 논란의 시발점인 '피델리티차이나포커스펀드' 뿐만 아니라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 '슈로더브릭스펀드' 등 국민·신한·우리은행 등에서 판매된 역외펀드 전반으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파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장밋빛 고수익에 취해 선물환 계약의 부작용을 의심하지 못한 투자자도 잘못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피해자는 "지난해 중국펀드를 환매하면서 선물환 계약으로 30만원을 내야했지만 당시엔 수익이 꽤 짭잘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며 "판매사의 설명에 단 한 번도 의문을 갖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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