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SK 초석다진 여공들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 2008.11.16 14:02

고(故) 최종건 회장 35주기 추모식… 유정회 회원 배려 돋보여

지난 14일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35주기 추모식이 열린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 비스타홀.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와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등 정재계 원로들과 SK그룹 전현직 임원 등 수백 명의 사람들 사이로 한껏 치장을 했지만 세월의 무게는 속일 수 없는 십여 명의 할머니들이 추모식장에 입장했다. 추모식 자리도 SK현직 임원들 보다 앞자리에 배치돼 궁금증은 더해갔다.

고(故) 최종건 회장의 일생을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가 끝난 후 사회자의 멘트에서 할머니들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다.

"지금 이 자리에는 고(故) 최종건 회장과 함께 땀흘렸던 선경직물 여공작업반장들의 모임인 유정회 회원님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계십니다" 할머니들은 고 최회장과의 추억이 담긴 빛바랜 흑백 사진이 등장 할 때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추억을 떠올렸다.

추모식이 끝난 후 이어진 만찬자리에서는 고인의 차남인 SKC 최신원 회장이 직접 할머니들께 감사를 표했다.

최 회장은 직접 유정회 회원들이 앉은 테이블로 찾아와 일일이 손을 맞잡은 후 "추모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유정회 회원님들이 노력하신 덕분에 SK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전직 SK임원들도 유정회 회원들의 테이블로 찾아가 안부를 전했다.


할머니들은 한 잔의 와인에 붉어진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때 우리 공장 사람들이 모두 몇 명이었지?" "700명은 족히 넘었을 걸"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할머니들은 얼굴의 주름살과는 상관없이 직물 기계 앞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처녀시절로 되돌아갔다.

최신원 회장은 추모사에서 "풀 한포기 변변찮았던 황무지에서 아버님께서 꿈꾸고 열정을 쏟았던 것들이 이제는 많은 결실을 맺게 됐습니다" 고 했다.

황무지에서 오늘날 매출 80조를 달성한 SK의 성장에는 섬유에서 에너지로, 통신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이끌어온 경영진의 능력도 탁월했지만 국내 섬유산업 사상 첫 수출을 기록했던 선경직물 여공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져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고(故) 최종건 회장의 35주기 추모식에서 선경직물 여공작업반장들의 모임인 유정회 회원들을 주인공으로 대접한 이번 추모식은 그래서 한층 의미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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