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펀드에 은행권 '죽을 맛'

권화순 기자, 이새누리 기자 | 2008.11.16 19:11

고객들 상담내용 녹음·약정서 재확인

"펀드 환매하신 금액으로 고금리 정기예금에 드시는 건 어떠세요?"

직장인 A씨는 고민 끝에 '반토막' 펀드를 환매하려고 은행을 찾았다. 창구 직원은 펀드 환매를 하더라도 다른 상품에 가입하라고 끈질기게 설득하고 나섰다.

이 은행원은 "연말 실적이 말이 아니다"라면서 "좀 봐달라"고 통사정했다. A씨에게 사은품까지 안겨주며 고금리 정기예금 가입을 추전한다. 펀드 환매 고객이 속출하면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그렇다고 은행원이 펀드 환매를 적극 만류해서도 안된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화가 난 은행 고객들이 '녹음기'를 들고 오는 '치밀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원은 "휴대폰의 녹음기능을 익힌 후 상담내용을 몰래 녹음해가는 고객이 늘었다"면서 "펀드를 환매하지 말라고 했다가 나중에 수익률이 더 떨어지면 덤터기를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예전에 가입한 펀드약정서를 확인하려는 고객도 많아졌다. 약정서에 자신의 서명이 제대로 돼 있는지, 은행원이 약관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꼼꼼히 따지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일부 고객은 설명이 부족했다며 책임을 지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한 은행원은 "고객이 약관을 보자고 하면 일단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면서 "창구로 찾아와 계속 항의를 하니까 '반쪽' 펀드를 은행원이 명의이전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펀드투자 손실로 '속앓이'를 하는 것은 은행원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고객들 이상으로 펀드 가입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3개 이상은 보통이고 지점에서 펀드캠페인을 벌였다면 5개 이상 가입한 경우도 태반이다.

한 은행원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가족까지 들거나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먼저 가입하는 은행원도 많았다"면서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그저 주가 오르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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