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큰 기대 말자..시장은 알아서 간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11.14 15:14

[유일한의 마켓플로]

2001년3월 타계한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은 2000년1월1일 머니투데이에 '세상의 변화가 여전히 멋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인터넷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확신한다는 내용이었다.

변화는 생명에 다름 아니다. 변화는 그래서 매력적이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첫 정상회담을 주목한다. 이 회의의 핵심은 변화다. 참석자들은 미국과 달러화에 대해 이전과 다른 인식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에 대한 합의는 쉽게 도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뉴욕의 맨해튼 연구소에서 한 연설을 통해 현재 금융 위기에 정부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그렇다고 보다 강력한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이 이번 금융위기를 주도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유럽 국가들이 주장하는 강력한 개입과 규제는 부적절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위기가 자유 시장 경제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법도 자유 시장 경제 시스템을 다시 만들려는 노력에서 찾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식 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 대통령의 입장일 뿐 다른 정상들의 견해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생각과도 다르다.

유럽에서는 미국식 금융시스템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한계를 드러낸 만큼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루빨리 구체적인 규제 강화가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기축 통화 역할을 해온 달러의 권위에 대해서도 강한 도전이 예상된다. 무서운 변화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G20회의에 앞서 "1945년 진실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위에 대한 강력한 의문제기다.


달러화는 2차 대전 막바지인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출범과 더불어 기축 통화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가공할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로 빠져들고 있고, 회복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달러를 더이상 최고의 통화로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은 비단 사르코지만이 아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G20 회의에서 이번 금융위기 해결 과정에서 자국의 역할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아메리카 체제를 적극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달러에 육박한다.

외환보유액이 1조달러에 가까운 일본은 조건만 좋으면 이 돈을 충분히 대출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흥국 정상들도 미국의 잘못으로 자국이 부당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위기 극복 과정에서 더 많은 주도권을 쥐려고 노력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은 여러 통화로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되는 경기지표에는 소매판매와 소비자신뢰지수가 있다. 10월의 소매판매는 2.1% 감소해 전달 1.2% 감소를 넘어설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시건대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57.6에서 56.2로 악화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한달에 20만명의 실업이 발생하는 국면에서 긍정적인 소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너럴모터스(GM)를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도 시장의 주요 변수다.

흉흉한 침체와 금융혼란을 거쳐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전날 다우지수가 저점에서 900포인트나 반등한 배경이다. 싸다는 인식만 있어도 주식은 가끔 예상밖 상승을 과시하기도 한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CEO가 자사 주식을 75만주 매입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역시 싸다는 판단일 것이다. 100달러로 단 3주도 못사던 씨티그룹 주식을 지금 10주 넘게 살 수 있다. 이 역시 인정해야할 변화다. 변화를 대책없이 거부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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