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눈치'만 보는 기관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11.14 11:15

'펀드' 부정여론에 '반등시 매도' 치중… '버팀목' 역할 되새겨야

코스피시장이 14일 미국발 호재를 만나고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장막판 급등하며 6.7%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코스피는 장초반 반짝 3.8% 오른 뒤 상승폭을 줄여 1100선도 무너졌다.

호재를 앞에 두고도 과감한 행진을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기관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관은 이날 11시5분 현재 2403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꼭 집어 말하자면 자산운용사(투신)가 차익거래성 매매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면서 반등시 매도에 치중하는 탓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주말 사이 다우지수를 비롯한 미국증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측면도 드러난다. 펀드에 대한 불만이 각계에서 쏟아지고, 투신권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지지부진한 마당에 미국증시에 대한 눈치보기 없이 두드러진 매수행보를 이어가기는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내비치고 있다.

보험과 종금, 사모펀드도 일단 숨고르기를 하면서 조심스러움 발걸음을 보인다.

투신이 2114억원을 순매도하는 가운데 보험(89억원)과 종금(46억원), 사모펀드(300억원)도 매도 우위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8거래일 연속 매수우위를 보이며 3405억을 순매수한 연기금도 이날에는 85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증시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는 상태다.

특히 투신은 전방위적인 매도 공세를 취하면서 가급적 많은 주식을 팔아치우려 애쓰고 있다.

이날 11시 5분 현재 투신은 전기전자를 545억원 순매도하는 것을 비롯해 화학(164억원)과 철강금속(175억원), 운수장비(119억원) 등 전방위적인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신 입장에서는 여전히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관자금의 환매요구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투신이 주도적으로 매수에 앞장 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덱스펀드 등의 차익거래를 통한 무위험 거래를 빼고 액티브펀드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지수가 반등 압력을 받을때마다 매도에 치중하며 포트폴리오 조정에 집중하는 등 '시장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펀드 수수료 인하 압력이 거세지는 점도 투신에게는 부담이다.

또다른 자산운용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완전 판매가 대두되면서 '장사가 안되는 판'에 금융당국의 펀드 수수료 하락 압력은 투신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수수료를 내려도 환매 요구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투신과 판매사들에게는 수익성만 저하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투신이 지난 9월 이후 3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경우는 단 1번(9월16일). 2000억원 순매수도 3번(10월 13일 2243억원, 10월 20일 2006억원), 11월4일(2274억원) 뿐이다.

투신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해마다 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의 대세 상승을 이끌어왔다. 2005년 9조4623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2006년 7조404억원, 지난해 4조6089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면서 증시를 주도했다.

투신이 순매수를 보였던 2005년~2007년까지 코스피지수는 893.71에서 1897.13으로 112.2% 올랐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1조4745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투신이 연간 순매도를 기록하며 2004년 4조8712억원에 이어 4년만에 순매도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

투신을 비롯한 기관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움츠리는 자세도 바람직하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어려울수록 투자하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지켜나갈 때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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