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안정펀드 오히려 혼란 부를수도"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11.13 17:36

"한은이 지원해야 펀드 조성 가능..금융위, 시장을 모른다"

이 기사는 11월13일(17: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힌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오히려 채권시장을 '파괴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발표 이후 채권금리는 폭등하며 채권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전문가들과 시장참가자들은 구체적인 계획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금융위의 태도에 대해 '한건주의'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 내용도 '아랫돌 빼서 윗돌을 막는 형태'이라는 것이다.

일부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은행의 시장 안정 노력이 금융위의 '한 건'으로 한 순간에 날아간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채권시장안정펀드? "채권시장 파괴펀드"

13일 금융위원회는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연내에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아니라 '채권시장 파괴펀드'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발표가 있은 이후 채권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3년만기 국채선물 12월물 가격은 폭락해 전일대비 107.10으로 거래를 마쳤고 국고채 5년만기 지표채권 금리는 전날보다 0.30%포인트 폭등했다.

펀드 투자자금 10조원을 만들어야할 주체가 은행, 보험, 연기금으로 기존 채권투자기관이 들어가 있고, 산업은행이 발행하게 될 2조원의 산업금융채권 역시 채권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사줄 곳이 없다는 것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펀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보유채권 매도와 같은 방법을 택할 것이고. 각출되는 금액만큼 채권 매수여력이 감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고채 발행은 늘고 있어 지표채권의 금리가 오르면서 전반적인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애널리스트는 "결국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놓은 과정에서 일시적인 채권 수요 공백 상태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지표금리인 국채금리의 안정이 없으면 회사채 금리의 하락은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지표금리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할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 채권시장 "한은, 잘하고 있는데..금융위 노이즈만 잔뜩"

시장 참가자들은 "결국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실질적인 조성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지원이 없으면 채권시장 안정펀드는 제대로된 출발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혁수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 안정펀드는 금융시장 여건상 한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와 한은의 정책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가 만드려는 것은 기금이 아니라 일종의 사모 채권형 펀드"라며 "금융위와의 조율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책 협의 등의 실질적인 문제에 앞서 금융위의 정책 자체가 '수준 이하'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전 위원장의 "(은행의 자본확충 지원보다는) 회사채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발언 등은 채권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유동성을 풀어 CD금리를 떨어뜨리고 있고, 신용스프레드도 하락하고 있는데 금융위가 나서서 불안심리를 조성하고 있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겪기까지의 과정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신전문회사들이 자기들 채권도 한은이나 정부가 나서서 사줘야 한다는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펀드 조성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또 채권시장이 불안하게 될 경우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이나 RP를 통한 자금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어 시장 안정을 위한 비용만 더 들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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