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왜 애플처럼 되지 못하는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11.14 07:30

스트링어 CEO, 애플과 같은 창의적 조직 거듭나기 실험

"왜 소니가 애플처럼 될 수 없을까?"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최고경영자(CEO)가 항상 품고 있는 고민이다.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맥북 등 한마디로 '쿨'(Cool)한 제품을 만들어내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반면 1980년대 '워크맨' 신화를 만들어내며 전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던 일본의 가전기업 소니는 혁신에 뒤처져 그렇고 그런 전자기업 중 하나로 전락해버렸다. 소니는 발전하는 동안 애플과는 달리 너무 덩치가 커졌고 강점을 갖고 있는 산하 제품들 사이에서도 상호 커뮤니케이션이나 제휴가 이뤄지지 못했다.

스프링어는 소니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덩치와 분야간 발생한 틈, 원활하지 못한 의사 교환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조직내 혁신 창구가 열려있지 못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스트링어는 소니가 애플처럼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가진 조직으로 재탄생하지 못한다면 어려운 미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조직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각광받는 첨단 기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애플의 아이튠 스토어는 아이팟을 확실한 MP3 플레이어로 만들었다.

반면 소니의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등 제품들은 회사가 갖고 있는 영화나 음악 등 소프트웨어와 유기적인 결합을 이뤄내는데 실패했다. 애플(순익 마진 30%)과 소니(순익 마진 10%)의 수익성이 차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BW) 최근호는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CEO가 회사를 소니와 같이 경쟁력있는 혁신 기업으로 변모시키려 시도하고 있지만 애플의 창의력과 뛰어난 능력을 뒤쫓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소니가 지난 2년간 제품 통합 등의 분야에서 많은 혁신을 이뤄내며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 반발을 포함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이 같은 혁신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5년 3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소니의 CEO로 선임된 스트링어는 애플을 닮고 넘어서기 위해 곧바로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직속 부관으로 있던 팀 샤프(Tim Schaaff)를 고용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선임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부여했다.

회사 내부 경영진들은 당초 샤프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단순 작업만을 담당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스트링어는 샤프를 소니 재창조를 위한 막중한 책임을 맡기고 CEO 직속 조직으로 뒀다. 그 결과 샤프는 제품 디자인, 라이선싱, 계획,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경영권을 부여받았다.


샤프는 매우 신중한 성품을 지니고 있으며 언론을 회피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가 말을 꺼내면 사람들은 머리속 원고를 천천히 읽고 있는 것이란 인상을 받을 정도로 말의 속도가 느리고 신중하다.

그러나 그는 겉모습과는 달리 애플에서 근무할 당시 엉뚱한 아이디어를 즉시 킬러 제품으로 만드는 놀라운 기획력과 솜씨를 보여줬다. 샤프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의 기초가 되는 애플의 퀵타임 비디오 스트리밍 포맷 개발을 주도했다.

스트링어는 샤프가 소니에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심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취임당시 "다시 멋졌던 시절로 돌아가자"(Cool again)를 모토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샤프는 이러한 목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소니는 지난달 29일 회계연도 2분기(7~9월) 순익이 전년동기보다 무려 72% 급감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회계연도 순익전망을 38% 하향 조정했다. 스트링어의 3년간 작업에도 소니는 과거와 같은 영광을 재현할 조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니 제품간 통합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소니 유나이티드'(Sony united)를 기치로 생산한 제품들도 경기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트링어와 샤프는 소니가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와 기술력을 통합한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소니 브라비아 텔레비전을 인터넷과 연결해 소니 픽쳐스가 제작한 스파이더맨 영화를 다운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워크맨폰은 비욘세 등의 음악을 탑재해 들을 수 있도록 했으며, 전자책으로 소니가 발간한 존 그리샴의 소설책들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가 영화와 TV쇼를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도록 많은 서비스를 통합했다.

또 소니는 지난 1월 아마존닷컴과 온라인 음악 스토어 제휴를 체결, 뮤직 플레이어 소비자들이 다양한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내장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윈도 모바일 운영체계를 휴대폰에 내장했다.

스트링어와 샤프가 이뤄낸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수익은 물론 애플과 같은 혁신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비난이 나오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한 소니의 스타인 쿠타라기 켄 등은 스트링어의 개혁에 반발해 사임하기도 했다.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됐던 소니의 전자책 '소니 리더'는 무선 통신 기능으로 곧바로 인터넷으로 전자책을 다운받는 아마존의 '킨들'(Kindle)에 의해 선두 자리를 내놓고 말았다.

스트링어와 샤프는 소니가 2011년까지 애플과 같은 형태로 진화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소니 전 경영진들은 샤프가 아이팟, 아이폰과 같은 시대를 상징하는 제품들을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소니 전 경영진은 "애플은 21세기 소니의 목표지만 지난 2년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이폰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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