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몰락, 수렁에 빠진 다우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11.13 16:06

[유일한의 마켓플로]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구제금융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버락 오마바 당선인과 민주당은 대규모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를 의식해 GM 주가는 12일(현지시간) 5% 남짓 반등해 3달러를 회복했다. 종가는 3.08달러. 전날 2.75달러까지 떨어지며 66년래 최저가를 경신했다. 52주 신고가는 32.47달러. GM의 현시가총액은 18억8000만달러다. 다우지수에 속한 블루칩이라고 보기엔 너무 왜소하다. GM 회사채는 오래전에 투기등급으로 전락했다.

정부 지원이 없으면 GM은 즉시 파산상태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시쳇말로 '주사약으로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는 환자' 신세다.

GM의 몰락과 함께 다우지수도 탈출이 어려운 수렁에 빠졌다.
↑다우지수 1년 추이

GM은 오래전 다우지수에서 퇴출됐어야한다. AIG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정부 지원을 받고 회생했지만 다우지수 퇴출이라는 시장의 판정을 받은 것처럼 GM도 같은 길을 갔어야한다. 2005년말부터 GM을 퇴출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다우에서 GM은 쉽게 퇴출될 주식이 아니다. 다우지수를 운영하는 다우존스사는 경제 및 산업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다우의 30개 편입종목의 편입을 결정한다. 업종 대표주를 시가총액과 산업 가중치를 고려해 선별해 편입한다.

쇠락하는 금융산업에 비해 금융주 비중이 너무 높다는 판단에 따라 퇴출된 AIG를 대신해서는 식품업체인 크라프트가 들어갔다. GM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대표해 다우에 오른 기업(주식)이다. 문제는 GM을 대신할 만한 대타가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는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토요타를 넣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미국의 자존심이 허용할 선택이 아니다.

미국(경제)과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자동차는 생필품 그 자체다. 자동차가 미국인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준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미국은 자동차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쓰라린 고통의 기억도 있다.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들 하는데, 바로 대공황의 주요 원인중 하나가 자동차 산업의 버블이었다.

세기의 발명품인 자동차는 1차 대전에도 멀쩡하게 생산설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미국의 제조업체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당연히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량 생산에 박차를 가했고, 이는 대유럽 수출 호황 등으로 불어난 소득과 맞물려 미국인들의 과잉소비를 낳는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전쟁 이후 미국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했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그런데 위험 수위를 넘는 공급이 이뤄졌지만 한번 가동된 설비는 멈추지 않았다. 유럽의 전쟁 복구가 뒤따르자 이는 곧바로 심각한 버블로 이어졌다. 주가폭락은 대공황의 시작을 알렸다. 생산 설비들은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버블은 2차 대전을 거쳐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끔찍했다.
↑ GM 주가 1년 추이

지금 GM의 위기는 당시보다 복잡하다. 고유가 시대에 적합한 모델 개발에 실패했고,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의 공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노동자에 대한 처우 등은 회사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돈을 지원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쟁력 있는 차량 개발에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해외 업체들의 시장공략을 막기 위해서는 보호무역을 강화해야한다. 직원에 대한 임금, 복지 시스템 개선에는 노사의 대타협이 필수적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혈세를 넣어 GM에게 살아남을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 또 관세를 올리고, 수입 쿼터를 지정해 해외 자동차의 시장진입을 억제할 수 있다. 노조도 대거 양보해 회사의 비용 삭감에 앞장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종합적 대응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미정부는 혈세를 투입하는 대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 합병도 가능한 카드다. 대규모 실업양산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고용이 살아나지 않으면 소비도 기대할 수 없다. 소득이 줄어드는데 펀드 투자를 생각할 수 있을까. 반대로 손실이 난 펀드를 환매해 생활비로 전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이다. 헤지펀드 산업의 위기, 증시 침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3일(현지시간) 모처럼 의미있는 경기지표가 나온다. 9월 무역수지는 570억달러 적자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했다. 전달에는 591억달러 적자였다. 미국의 의미있는 무역 적자 축소는 긍정적인 변화다. 주간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는 48만건으로 여전히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추정됐다. 전주에는 48만1000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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