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마켓]절약이 미덕, oh! no

고진성 美 파인리지모기지뱅크 대표 | 2008.11.13 13:52
최근 금융위기가 다소 완화되는 기미를 나타내고 있으나 소비위축에 따른 미국의 실물경제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잔뜩 움츠러든 소비 심리는 벌써 꽁꽁 얼어붙은 한 겨울이다.

자동차매출은 지난 3분기중 무려 32%나 감소하였고 미국 대표 주자 GM은 이제 정부의 구제 없이는 살아남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가전제품유통업체인 서킷시티(Circuit City)는 매출부진에 시달리다가 결국 파산신청을 하고 말았다. 또다른 가전제품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지난 10월중 매출이 7.6%가 감소하였고 11월부터 2월까지의 향후 매출도 5~15%가 격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매출감소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메이시/브루밍데일백화점의 경우 지난 4분기중 매출액이 7%가 감소하여 4,4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고 니먼마쿠스(Neiman Marcus)나 스타벅스, 갭(Gap)이나 노스트롬(Nordstrom)등 굴지의 회사들조차 심각한 매출 감소라는 치명타를 입고 있다.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은 저마다 이제까지 보기 어려운 최악의 영업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아우성이다. 브레버리앤더슨(Bradbury H. Anderson), 베스트바이 CEO는 "소비행태(Consumer Behavior)가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심하게 바뀌고 있다"고 비유했다.

미국 경제에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70%를 상회한다. 세계 어느나라 사람보다도 미국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좋아한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막강한 소비력은 미국 경제를 세계 제일의 경제로 올려놓는데 기여하였으나 지금은 모든 것을 송두리채 마비시킬 수 있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주택가격 및 주가등 자산가치는 폭락한 상태에서 대출여건은 크게 악화되었고 이미 과다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가계재정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또한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고용불안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신뢰지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면 커질수록 지출을 자제하게 되고 이에 따른 소비 슬럼프로 인하여 미국경제에 매우 위험한 악순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소비자 신뢰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버럭 오바마 새 정부 출범과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감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모든 것에 낙천적이라는 미 소비자들의 성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 나타나고 있는 차디찬 경제현실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우려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하도록 한다. 따라서 심각한 소비 침체의 양상이 쉽사리 가라앉을 것으로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가계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용시장의 경우 상황은 1990년초나 2000년대초의 경기침체(recession)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된 상태이다. 현재 공식적인 실업율은 10월말 현재 6.5%라고 하지만 실업자의 숫자는 1000만명이상인 실정이다. 실업자수는1년전에 비하여 38%나 증가하였는데 더욱 좋지 않은 소식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실직한 사람은 53%나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또한 가계소득의 증가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설령 가계소득은 앞으로 늘어가게 될지라도 실질소득의 경우 상승세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기껏해야 1%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소득에 비하여 지출은 어느정도의 수준인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기간동안 미국인들은 소득의 약 91%를 지출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저축율은 9%수준으로 유지하였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동안의 경우에는 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9%에 달하고 이에 따라 저축율은 불과 1%에 지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인들의 소비행태가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최근 주택거품의 붕괴와 더불어 주가폭락의 사태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소비 욕구가 주택가격이나 주가상승에 의존하여 충족되어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이에 따라 소비에 대한 태도가 크게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저축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며 이는 가계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현재로써는 다분히 추측에 불과하지만 저축율은 약 3%정도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일 저축율이 3%가 되려면 가계소비는 1%정도가 감소하게 되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4000억달러정도가 감소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소비진작을 위하여 연방정부가 나서서 경기부양책을 취한다하더라도 1500억달러수준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침체에 따른 경제적인 파급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인들이 저축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이에 따른 소비침체로 인해 치루어야 할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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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성 美파인리지모기지뱅크 대표는 세계 금융 중심 뉴욕에서 20여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금융및 채권 전문가입니다. 1997~2000년 외환위기 당시 외환은행 미주내 부실채권을 전담했으며 이후 카발로캐피탈(이스라엘계 프라이빗에퀴티펀드) 한국대표를 역임했습니다. 2004년 현 파인리지모기지뱅크(뉴저지 포트리 소재)를 설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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