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삼세번의 고통과 인내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1.13 08:26

단기적 한·미 디커플링 '끝'… 저가 재매수 기회 제공할 듯

미증시가 사흘 연속 하락했다.
연일 낙폭이 깊어지더니 장중 반등시도조차 보이지 못한 채 급기야 5%에 달하는 급락세가 야기됐다.

상황이 이쯤 되면 미증시에 비해 선방하던 코스피의 디커플링 현상도 꼬리를 내릴 때가 됐다.
올 들어 국내 증시와 미증시의 상관관계가 94.08%로 밀접한 모습을 보이다가 11월 들어 48.44%로 낮아졌는데 이날 코스피증시가 세번째 도래하는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하면 오히려 옵션만기 당일에 그동안 선전했던 것을 모두 토해내고 사흘간의 미증시 낙폭을 단숨에 추종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 종가대비 다우지수가 -7.4%, S&P500지수가 -8.5% 하락한 반면 코스피지수 낙폭은 -1%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다.
외국인의 주식매도 공세가 다소 약화된 반면 연기금 및 투신권이 매수에 가담하면서 프로그램 순매수가 7000억원 가량 불어난 게 수급 개선을 이뤄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의 사상최고치인 9조5300억원까지는 아직 1조5000억원 이상의 여유가 있고 베이시스 수준도 양호하기 때문에 옵션만기가 끝나더라도 당장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말로 다가서면서 배당주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매수세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지만 않는다면 수급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이 흔들리고 연저점을 경신하는 주가가 속출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코스피가 독불장군 홀로서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 재무장관은 부실자산인수프로그램(TARP;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에 수정을 가하면서 구제금융 자금을 당초 예정했던 부실 모기지 자산 매입이 아닌 소비자 신용경색 해소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부시 행정부 간에 자동차산업 문제해결에 있어 획기적이고 일치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심리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종목 중에서 GM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씨티, BOA, 아멕스 등 금융주와 듀퐁, 디즈니, GE, 화이자 등 7개 종목이 연저점을 경신했다.

유로화 약세 및 엔화 강세 현상도 재발했다. 유로화가 1.24달러대로 떨어졌고 엔/달러 환율은 94엔대로 주저앉았다. 엔/유로 환율은 118엔선까지 급락했다.


국제유가(WTI)가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배럴당 55달러대로 레벨을 낮췄고 CRB 상품지수도 250선이 붕괴되며 연저점을 새로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이제 지난달 10일 기록한 연저점을 다시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레벨이 무너지면 2002년 저점이 사정권에 들게 되는 데 만일 21세기 저점이 무너져 내린다면 장기적인 추세 훼손이 선언되기 때문에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송경근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 현상이 추가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며 짧은 디커플링을 끝내고 글로벌 증시와 동조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면서 "오는 주말 G20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면 한동안 부각될만한 정치적인 이슈가 없기 때문에 경기 둔화가 지배하는 펀더멘털이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코스피증시 상황은 분명 달라졌다. 비록 한국 CDS(신용디폴트스왑) 금리가 이틀째 상승하며 3.51%로 올랐지만 지난달 27일 7.0%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한미 통화스왑협정 체결로 국가부도 위험이 사라지면서 주가 하단에 대한 인식이 팽배해지고 스마트머니가 유입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한다면 주가 재하락은 기존에 따라붙지 못한 세력의 증시 유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9월말 이후 최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6조원대의 주식 순매도세를 기록했는데 GS, LG,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면서 "양호한 주가수익률(방어적 업종 비중이 높은 그룹),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호도, 그리고 재무적 안정성 등 세가지 측면에서 LG 그룹은 모두 상위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잠재적 부실 위험이 있는 건설과 금융 계열사가 없다는 최대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경기 불황의 그늘이 깊어질수록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LG 그룹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리더십이 바뀐 뒤 확실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최후의 진통 과정에서 증시가 다소간 흔들릴 수 있어도 1000선 바닥이 확고하고 향후 주가 상승 확률이 높은 것이라면 보다 수익성 높은 주식찾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여지가 있다.

비록 미증시의 3일 연속 하락이 이날 1100선 붕괴를 초래하더라도 재상승의 꿈을 갖고 옥석을 가리는 인내의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한 보답이 주어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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