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문' 닫히고, '실업 공포'는 눈앞에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11.12 15:33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정부마저도 정원 동결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파급이 가속화되면서 '고용 한파'가 엄습하고 있다.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취업문'을 닫으면서 신규 고용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장기 경기하락으로 내수가 침체되면서 감원 공포까지도 대두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십만명의 가장들이 실직당해 거리로 내몰렸던 10년전 외환위기와 같은 '실업 재앙'이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취업자수 목표 대비 1/3 밑으로=통계청이 12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신규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9만7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2005년2월(8만명) 이후 3년8개월만에 최저치다.

정부는 인수위 당시 제시했던 일자리 목표(60만개)를 올해 3월(35만개)와 7월(20만개 안팎), 2차례나 수정했지만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10만명선도 무너져버렸다. 신규 일자리가 10만명 이하로 축소되는데는 올해 3월(18만4000명) 20만명이 무너진 이후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내년부터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고용시장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악화에 따라 구직을 연기하거나 단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9만5000명에 불과했던 구직단념자는 1년만에 12만4000명(31.4%)으로 급증했다.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취업할 의사와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암울한 고용현실에 좌절해 아예 일자리 찾는 것 자체를 포기한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어느새 다가온 '실업 공포'=통계상으로 실업률은 1년 전인 지난해 10월(3%)와 동일하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상상 이상이다.

이번 경제위기가 미국으로부터 촉발돼 국내로 전이됐듯 감원 공포도 외부로부터 급속하게 전이되는 양상이다.

위기의 진앙지인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금융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유수의 금융회사가 감원에 나서면서 이미 15만명 이상이 직장을 잃었다. 신용경색 악화로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최근에는 GM을 비롯한 일반기업들도 잇달아 감원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실업률은 14년7개월만에 최고치인 6.5%로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최악의 '미국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위기에 이어서 최근에는 건설업계와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실물경제가 압박을 받으면서 감원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이미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체발 '대량 실업'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GM대우와 쌍용 등 자동차업계는 공장가동 중단이란 '극약처방'까지 내린 상태다. 금융권도 최근 하나대투증권이 100여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속속 감원 대열에 동참할 태세다.

규모가 작아 잘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사태와 금융권의 돈 줄이 마르면서 그로기 상태에 빠진 중소기업은 감원을 넘어서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고용 축소→소비 감소→내수 침체' 악순환=고용이 악화되면 곧바로 내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자리가 없으면 주머니가 얇아지고, 소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이는 내수시장 경색으로 이어져 투자축소와 감산 및 감원으로 연결된다.

궁극적으로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국내외적인 여건상 이같은 실물경기 침체가 아무리 빨리 잡아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예상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번 겨울이 얼마나 길고 혹독할 지 우려된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적악화에 시름하고 있는 기업에게 무작정 고용을 늘리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일자리를 걱정하는 정부마저도 '허리띠 졸라매기' 차원에서 내년 공무원 정원 동결을 선언했고, 공기업들에게도 정원 동결을 주문하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은 "고용지표는 경기후행적이라는 점에서 고용위기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있다는 게 문제"라며 "고용의 주체인 민간부문에서 기대하기가 힘들어 내년 상반기부터는 고용형편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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