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이기는 지혜

이건희 외부필자 | 2008.11.12 12:26

이건희의 행복투자

현재의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계속 될지, 침체의 골의 깊이가 어느 정도 될지 미리 가늠하기는 힘듭니다. 훗날 경기가 좋아질 때 그 중심축은 어떤 것이 될지 산업 구조는 어떻게 변해갈지도 미리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의 IMF 이후에 국내에서 양극화가 진행되어왔듯이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대불황 이후에는 지구촌 전체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우려되는 바입니다.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큰 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자녀 교육에서도 경제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아이 경제교육은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것 중 하나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업도 주변 환경이 확실히 좋을 때에는 가급적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공격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가도 대외 환경이 우호적일 때에는 사회 각 분야에 대해서 적극적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개인 또한 그러합니다.

무조건 침체만 지속되고 어려운 환경이 벗어날 기미가 전혀 없다면 가급적 몸을 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만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상황이 좋아지면 남보다 크게 뒤처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확인하고 행동하면 뒷북을 치면서 너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양쪽의 가능성을 동시에 염두에 두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은 원하는 목적은 달성하면서도 유보자금, 여분의 능력을 충분히 축적해두는 것입니다. 효율성을 중요시 여길 때에 그러한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서 에너지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종잡을 수 없다면 높은 효율성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합니다. 어떤 목적을 위하여 100칼로리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 무조건 아끼면서 50칼로리를 사용한다면 애초 목적의 절반 밖에 달성하지 못합니다.

일반적으로는 100칼로리의 에너지를 소비하더라도 실제 사용 목적으로 전환되는 최종 에너지는 100보다 훨씬 적습니다. 특히 백열전구는 소비되는 전기에너지 중 빛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이 약 5% 밖에 안 될 정도로 매우 비효율적인 전등입니다. 가축의 고기로부터 인간이 1칼로리를 얻기 위해서도 대략 10칼로리의 에너지가 투여되고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하니 인류문명이 발달하고 문화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효율성 증대와는 종종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경제생활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길은 똑같은 돈을 소비하면서 얻어내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또는 똑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돈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현재 돈이 100원이 있고 원하는 것을 똑같이 이루어 내면서도 100원을 다 쓰지 않고 50원을 쓴다면 미래를 위해서 50원이 유보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능력이 비축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습성의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아이가 어떤 것을 사달라고 할 때에 곧바로 들어주지 않고 몇가지 대안을 아이에게 제시해주거나 아이 스스로 생각해내도록 한 뒤 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끔 유도하는 것입니다.

(1)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다른 후보들도 선정하는 것

아이가 어떤 것을 가지고 싶어서 사달라고 하고 부모로서 기꺼이 사주겠다고 마음이 들더라도 비슷한 금액의 돈으로 살 수 있는 다른 것들도 아이가 선정하게 합니다. 선정하는 과정에 부모가 도와주어도 됩니다. 그런 다음에는 몇개 후보들을 아이가 비교 검토하게 합니다. 그런 뒤에 결정내리도록 합니다.

다른 후보를 물건 사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고 어떤 것을 구경하는 행위와 같이 물건구입이 아닌 것도 포함시켜서 대안을 생각하게 하면 더욱 좋습니다. 같은 금액으로 좀 더 나은 물건을 구입하거나,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다른 행위를 선택하면 돈의 사용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돈을 최종 지불하기 전에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하는데 유리해집니다.

금융상품도 어떤 것이 좋다고 얘기 들었거나 좋아 보인다고 해서 그것만 보고 가입하지 않고 다른 것들도 조사하여 비교 검토하여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 과정입니다. 직접 주식투자에서도 어떤 종목을 사려고 할 때 많은 종목들 가운데에서 다른 종목이 아니라 하필이면 그 종목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아파트 구입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름대로의 기준에 의해서 아파트 여러 개를 후보로 정한 뒤에 다시 그들 사이 비교검토를 해야 합니다. 단순히 남들이 좋다고 얘기하는 주택을 구입할 것이 아니라 똑같은 금액을 주고 구입하는 집에서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이 더 큰 주거만족도를 얻어낼 수 있어야합니다. 또는 똑같은 주거 만족도를 얻어내기 위해서 가급적 적은 돈을 지불해도 되는 집을 찾는 성의를 기울여야합니다.


(2) 지금 당장 사는 것이 아니라, 몇달 뒤에 살 수 있는 것도 후보로 선정하는 것

여기에서 꼭 몇달이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빨라도 됩니다. 사는 시간을 뒤로 미루는 것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어른들도 충동구매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충동구매 습관이 길러지지 않도록 하는 훈련이 아이 때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므로 당장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더라도 구매하는 시기를 늦추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확인해보며 살 때보다 서둘러 빨리 살 때에 낭패 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홈쇼핑 같은 데에서 이제 몇개 남지 않아서 빨리 전화하지 않으면 매진된다고 방송을 하는 것은 소비자가 신중하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구매심리를 자극하여 빨리 결정 내리게 하기 위함입니다.

만약에 아이가 당장 사고 싶은 것을 미루고 나중에 사기로 한다면 칭찬을 해주면서, 인센티브로서 작은 이득을 아이에게 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순간적인 충동구매 하는 것을 자제하는 습관을 길러줍니다. 물론 나중에 사주기로 한 시점에서는 사주어야합니다. 약속을 어기면 안 되겠지요.

(3) 돈을 아예 저축 해두었다가 훗날 그 돈이 불어난 뒤 더 많아진 돈을 사용하게 하는 것

이는 소비보다는 저축이 먼저라는 습관을 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돈의 소비를 미루고 저축을 해두었다가 나중에 돈을 찾아 쓸 때에 불어난 돈을 사용하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IT관련 제품이나 장난감 등의 신제품이 나왔을 때에는 가격이 비쌌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가격이 내려가면서 더 적은 돈을 지불하고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은 돈으로는 추가로 다른 것을 더 살 수도 있습니다. 신제품을 빨리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억제함으로써 나중에 돈이 불어나서 더 좋은 결과가 얻어지는 경험도 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만약에 저축에 대한 이자보다 제품가격 상승폭이 더 크다면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했던 것에 대한 격려차원에서 부모가 돈을 더 주어도 됩니다.

(4) 다른 돈과 합쳐서 지금 그것보다 더 가지고 싶은 것이나, 더 좋은 다른 것을 사는 것

예를 들어서 지금 100원 지출하는 것을 미루고 다음번에 또 100원이 지출되는 것과 합쳐서 200원짜리를 한개 사도록 계획하게 하는 것입니다. 어른이라면 가진 돈이 적다고 값싼 물건을 샀다가 후회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돈을 합쳐서 더 비싼 것을 살 때 돈의 사용가치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100원 짜리 2개보다, 200원짜리 1개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으므로 항상 그렇다고 봐서는 안됩니다.

싼 것 여러개를 사지 않고 모아서 더 비싸고 더 가치 있는 것 하나를 사는 것이나, 싼 것 몇개에 투자하지 않고 모아서 더 비싸고 더 가치 있는 것에 대한 투자에서 때로는 더욱 좋은 결과를 나오기도 합니다. 싸구려 부실주 100주가 아니라 비싼 우량주 10주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가 온다는 사실도 주식투자자라면 잘 알 것입니다.

실물에서만이 아니라 사람경영에서도 이러한 개념이 적용됩니다. 일의 목적에 따라서는 연간 3억원이라는 똑같은 인건비를 투여하면서 연봉 3000만원 주는 사람 10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연봉 1억원 주는 사람 3명을 고용하는 것이 때로는 더 높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인해서 고용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는 취업이 어려우면서도 연봉 많이 받는 사람들도 동시에 늘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는 효율적인 소비활동을 유도하면서 아이가 자기도 몸값이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4. 4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