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과거를 묻지마세요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1.11 17:13

금융과 실물은 동전양면…금융위기 해결시 경기둔화 극복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 화두로 자리잡았다.
현실성이 있든 없든 중국답게 4조위안이라는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효과가 이틀 연속 이어지지 못한 것은 눈앞에 닥친 실물경기 악화 우려 때문이었다.

금리를 아무리 낮추고 돈을 아무리 푼들 불황을 모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팽배하다. 이날 장중 건설업종이 3% 넘는 상승세를 보였을 당시에조차 상승 요인을 적시하는 분석을 찾기 어려웠다.

낙폭과다 업종의 반사작용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을 뿐이며 올 하반기부터 국내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부동산 경기가 상당기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의를 다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자산 디플레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경우 금융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부동산 PF 대출이나 금융권의 여신 경색 등의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겨우 넘겼지만 문제가 제대로 풀린 게 아니라 실물위기가 도래하면서 증시가 최근보다 더한 침체를 겪게 된다면 현재까지 글로벌 공조는 아무 한 것이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단지 침체 시점을 늦추기 위한 시간벌이에 불과했다는 결론을 애써 무시하면서 각국이 끝없는 대책을 내놓은 게 된다.

금융위기를 돌이켜보면 4가지 불안지표가 언급됐다.
은행간의 신뢰도 및 유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달러리보금리가 언급됐고, 안전자산 선호도는 TED 스프레드로 대변됐다. 국가나 기업의 부도 가능성은 CDS(크레딧디폴트스왑) 금리를 추종했고, 시장 위험도는 VIX(S&P500 변동성 지수) 같은 변동성 지수를 보면서 공포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같은 불안지표는 관심 밖으로 떠나버렸다. 씨티와 골드만삭스의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지만 더 이상 CDS금리가 급등하지 않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지만 한국 CDS금리는 3% 밑으로 떨어졌다.
1개월물 달러리보금리는 21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50%선 전후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VIX 또한 이제 공포지수의 위상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올 여름 국제유가(WTI)가 200달러를 돌파한다고 법석을 떨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젠 유가 하락도 아닌 추락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물가가 급락하고 통화승수가 작동을 멈추면서 무한대로 풀린 돈이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양상을 보이자 이젠 성장률 마이너스 시대를 거론하고 있다.
생산 가동 지표가 추락하고 기업실적이 급전직하하는 불황을 예상하고 있는데 저점에 도달하기는커녕 본격적인 침체의 서막이 막 열렸다는 주장이 난무하다.

중국의 부양책에 대해서조차 중국 성장이 둔화되는 정도를 넘어 경기를 부양해야만 하는 사실의 폭로라는 쪽으로 해석하고, 중국마저도 선진국과 무관하지 않은 침체의 고통에 빠져들고 있다는 쪽으로 판단하는 것이 현재의 시류다.

하지만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실제 자동차를 굴리지 못했던 적이 없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IMF 외환위기가 재발할 지 모른다는 종말론이 한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진 점을 감안하면 과연 글로벌 실물경기가 현재 예상처럼 참담한 모습을 보일 것인지 의구심이 일어나는 게 정상이 아닌가 싶다.

유효성이 몇 달도 가지 못할 지표를 당시에는 세상 모든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것 마냥 신봉했던 게 사실 멋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현재 침체나 불황, 심지어 공황까지 거론하는 연구소나 전문가들의 견해 또한 몇개월이나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 지나보면 쓴웃음만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악재가 지나가면 또 다른 악재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반복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증시 레벨로 보면 결국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 하나로 집약된다.
물론 경기에는 사이클이 있어 주가가 수년간의 상승폭을 되돌리는 하강국면에 빠져드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색다른 악재가 아니라 한가지 악재인데 마치 금융위기를 지나고 나니 실물위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양 꼬리를 무는 악재로 둔갑되는 분위기에 있다.

금융과 실물이 얼키고 설켜있고 금융이 실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실물위기는 금융위기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금융위기가 끝나가는 쪽으로 판단된다면 실물위기도 별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가 과거사라면 실물위기는 미래형이 아니라 이 또한 과거형에 지나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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