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미FTA 당사자들 변심 '난감'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8.11.11 16:01

노 前대통령·송민순 前장관 등 잇따라 재협상론 제기

-"금융위기로 새 패러다임 반영해야"
-"협정은 이미 미래반영·개정협의로 반영할 수 있어"
-"美민주당 의회·내각 차지로 재협상 수준 후퇴할 것"


"모든 상황을 그때 그때마다 반영해야 한다면 국가간 어떤 협정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겁니다."(외교통상부 관계자)

외교통상부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론 때문이다.

이번 재협상론은 이전과 다르다. 한미FTA를 추진하고 체결한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온라인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서 "한미간 FTA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 국제적으로도 금융제도와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 의원인 송 전 장관도 11일 라디오에서 "날씨가 좋을 때와 나쁠 때 등산하는 장비가 달라야 한다"며 한미FTA의 재협상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협상의 과정과 배경을 잘 알고 한미FTA 추진에 힘까지 실어줬던 노 전 대통령과 송 전 장관의 변심이 답답하기만 하다. '정치인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야권이 지적하는 한미FTA 재협상론의 근거는 지난해 서명할 때와 달리 금융위기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상황이고 특히 금융시장 개방의 경우 금융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자동차 문제를 들어 한미FTA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미 의회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전략상 낫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미FTA 협정 내용에 파생금융상품 규제가 명확히 표기된데다 국가간 협정은 통상 10~20년을 내다보고 진행되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히려 비준 후 개정협의를 통해 상황을 반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효도 안된 상태에서 협정을 흔드는 '정치적 시도'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만약 재협상을 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협상 결과는 절대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있다. 재협상시 오히려 우리측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협상이라는 것이 줄 것을 주고 얻을 것은 얻는 것인데 재협상을 하게 되면 양국 모두 내부에서 '준 것'에 대한 논의와 불만이 불거지면서 한미FTA 자체가 물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화당과 달리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행정부는 물론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한미FTA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후퇴한 협상수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교통상부 한 관계자는 "미국이 재협상할지도 모르니까 비준을 연기해야 한다는 논리를 보면 우리나라가 진짜 독립국가가 맞는가 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재협상 논의 자체가 신뢰도의 문제인데 한미FTA 협상이 어렵게 타결된 것을 잘 아는 분들이 재협상을 거론하시는 걸 보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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