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콴토 ABCP, 금리역전이 야속해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11.12 09:18

[S-note Story]이자중단 돼 리콜

이 기사는 11월11일(13:1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유로콴토(Euro Quanto) 구조화채권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으로 유동화된 건 지난해 8월이 기록상 처음이다. 당시 구조화채권 유동화의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매력을 잃은 상품이 됐다. 유로콴토 구조화채권은 유로스왑 장단기 금리차에 따라 채권 이자가 결정되며 이자는 원화로 지급되는 상품. 유로 스왑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유로콴토 구조화채권에서 이자가 나오지 않게 됐다.

이 구조화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ABCP도 괜찮을 리 없다. 유로콴토 ABCP는 1년도 안돼 은행으로 돌아왔다. 은행은 ABCP를 끌어안고 버텼다. 약간의 손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수수료 수입을 토해낸 셈 치면 됐고 청산하는 것 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게 당장의 손실보다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 유로콴토 ABCP 탄생..광주銀-농협 "채권 맞교환"에서 시작

지난해 8월, 우리나라 구조화채권 시장에 유로스왑 금리에 따라 이자가 지급되는 구조화채권이 선보였다. 농협과 광주은행이 일주일을 간격으로 유로 CMS 30년 금리와 2년 금리간의 차가 일정 조건 이상인 날만큼 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각각 5년만기 1000억원씩 발행했다.

두 은행이 구조화채권을 발행한 것은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머니 무브로 시중은행의 자금 사정이 최악을 향할 때다. 광주은행이 농협이 발행한 채권을 사고 농협은 광주은행의 채권을 사는 맞교환 형태로 발행금리는 낮췄지만 자금 조달효과는 없었다.

광주은행은 결국 유로콴토 구조화채권을 ABCP로 유동화했다. 유로 스왑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지 않을 경우 구조화채권에서 매분기 'CD+1.22%'의 이자를 지급받지만 ABCP 투자자에게는 CD+0.89%를 준다. 광주은행은 이자차이를 중간 마진으로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또 광주은행은 지난해 11월 국민은행 5년만기 채권과 유로콴토 스왑을 기초자산으로 ABCP 510억원을 발행했다. 유로콴토 구조화채권을 유동화해 ABCP를 발행한 것과 사실상 동일한 구조다. 광주은행의 유로콴토 ABCP는 1차와 2차를 합쳐 1510억원이 됐다.


*출처 : 한국기업평가, 한신정평가

◇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이자지급 중단..CP발행 중단 사유

올해 5월 유럽의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로 CMS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구조화채권 투자자에게 이자가 지급되지 않게 된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금리역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자가 나오지 않는 날이 70~100일 가까이 됐다.


*유로 스왑 장단기 금리차, 단위 : %p..작년5월 이후 역전→최근 일부 구간 역전완화


결국 머니마켓펀드(MMF)로 팔려갔던 ABCP는 모두 매입보장약정을 한 광주은행으로 돌아왔다. 현재 ABCP는 모두 광주은행이 가지고 있다. 광주은행은 약 1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ABCP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되면서 발행 중단 조건에 걸렸다. 이자미지급 일수가 10일 이상일 경우 CP 발행을 멈추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 이자 없으면 원금 할인키로..청산보다는 금리역전 해소 기다려

광주은행은 리콜한 ABCP를 살려 내기로 했다. 이자가 나오지 않는 만큼 원금을 할인하기로 했다.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광주은행과 유동화회사는 이자지급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일수가 증가해 기초자산에서 이자수익이 감소하는 경우 ABCP 할인율과 ABCP 매입 약정수수료 등 유동화회사의 주요 비용을 함께 감소시키는 동시에 지시 및 배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쪽으로 계약 조건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은 유로콴토 ABCP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했다.

은행 수지에 도움도 되지 않은 ABCP를 들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ABCP를 매입한 상황에서 콘듀잇을 청산할 경우 광주은행은 무등급 CP를 보유하게 된다. 이 경우 위험가중치는 100%를 부여받게 된다. A1을 그대로 유지하면 위험가중치는 절반인 50%만 적용받는다. 1510억원과 755억원의 차이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콘듀잇을 청산하기에는 ABCP 발행 당시 제공했던 수수료 문제, SPC 비용 정산 등의 걸림돌이 있고 무등급CP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자기자본 규제시 위험가중치가 100%로 적용돼 은행 입장에서는 청산이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은행은 장단기 역전이 해소되면 ABCP 매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 청산에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 불확실한 현금흐름이 문제

유로콴토 ABCP는 인덱스의 움직임에 따라 이자 지급이 결정되는 구조화채권의 유동화가 금융회사의 이익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골칫거리만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투자 시점도 문제가 있었다. 신평사 관계자는 "2007년 중반 이후부터 외국 금융회사들은 유로 스왑을 인덱스로 하는 구조화채권 투자에서 발을 빼던 시기였다"며 "국내 은행들이 뒤늦게 뛰어든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속앓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단기 금리역전이 다시 일어나면 재발행이 어렵다. 2007년 11월 첫 발행된 ABCP는 이자 미지급일수가 분기당 5일 이하이어야 하고, 그 이전 것은 이자 미지급일수가 분기당 2일 이하일 경우에 재발행이 가능하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장단기 역전이 일부는 해소됐고, 일부는 지속되고 있지만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 돼 기초자산에서 이자가 나오면 ABCP 발행을 다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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