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없는 GM, '오바마 입'만 주시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11.11 15:09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존폐의 기로에 선 가운데 자동차업계 우선 구조를 공약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목표 주가가 '0달러'로 제시되는 등 파산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파산한 것과 다를바 없다는 암울한 진단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차기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책을 내놓겠지만 그 전에 빅3 중 한 곳이 파산하거나 고강도 구조조정이 전제돼야 할 걸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빅3의 제품 경쟁력 상실 등을 감안할 때 특단의 구조조정 대책 없이 지원하는 것은 인공호흡기로 목숨만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노조에 발목 잡힌 GM이 먼저 파산한 뒤 구조조정을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GM 주가는 10일 뉴욕 증시에서 22.9% 폭락한 3.36달러에 마감했다. 1949년 6월 22일 이후 지난 60년 동안 가장 낮은 주가다. 주식투자자들은 이 마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거나 파산하면 모두 날릴 처지이다.

◇ GM, 이미 자체 해결능력 상실

GM의 지난 2분 손실 규모는 154억7000만달러(한화 약 20조3600억원)에 달했다. 한 달에 6조원 이상씩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3분기 손실은 25억4000만달러(주당 4.45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적었지만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손실액은 월가 전망치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 2004년 이후 누적 손실은 700억달러를 넘었고 장기 부채는 320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3분기말 현재 보유한 현금은 전분기 말보다 69억달러 줄어든 162억달러에 불과하다.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이 지속된다면 내년 상반기중 현금이 바닥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GM의 운영자금 부족마저 걱정하고 있다.

GM은 유동성 부족 때문에 크라이슬러와의 인수합병(M&A) 협상도 잠정 중단했다.

GM과 크라이슬러간 합병 협상에 관여했던 로저 알트만 전 재무차관보는 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GM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며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파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이치뱅크는 10일 펴낸 보고서에서 "GM의 현금보유고가 다음달이면 50억달러 아래로 떨어져 내년 1월 만기도래하는 채무를 갚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투자의견을 '유보(HOLD)'에서 '매도(SELL)'로 하향하고 주당 4달러이던 목표가는 '0달러'로 낮췄다.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로드 라체 애널리스트는 "GM이 영업을 지속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가 250억달러를 지원하고 최소한 100억달러에 달하는 대출을 해줘야 할 것이지만 파산을 면하더라도 거의 파산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 경제주간지 포천은 GM이 크라이슬러와 합병하느니 파산보호(Chapter11) 신청을 하는 게 낫다고 보도했다. 파산 신청을 한 뒤 구조조정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는 게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10일 미국 자동차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금융위기에 따른 판매 감소로 파산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GM은 "아직 파산보호 신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 비상구는 없다, 오히려 파산이 돌파구

파산하는게 더 낫다는 진단까지 나올 정도로 GM에게 비상구는 없어 보인다. 지금 위기를 타개하려면 자동차 판매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거나 비용이 줄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양쪽 다 가능성이 낮다.

GM 등 빅3는 연비가 좋은 소형차에 주력해 온 한국, 일본 메이커들과 달리 퍼포먼스만 좋고 연비 효율은 낮은 중형 SUV 등에 집중해 고유가 시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잘 나가던 시절에 벌어놓은 돈은 대부분 유럽 자동차 업체를 인수하는데 써버렸다.

GM은 대대적으로 추진한 차세대 차 개발전략(CXX 프로젝트)도 최근 폐기처분했다. 100년 GM 역사상 가장 훌륭한 차세대 차량을 개발하겠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장기 개발 계획의 포기는 GM의 한계와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잘못된 투자로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인력 구조조정도 강성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버티고 있는 탓에 쉽지 않다. 자동차를 만드는 경쟁력은 이미 일본에 뒤졌고 빅3를 다 합쳐도 미국 점유율이 40%에 겨우 미치는 상황에서 강성 노조의 잦은 파업과 과도한 복지비 지출은 GM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포천은 "GM이 합병이 아닌 파산을 선택하면 배부른 노조에 비용절감을 촉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까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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