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과 경기 사이클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 2008.11.13 13:04

[꾸러기 투자교육]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한 가지 현상이나 사물에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특성이나 파급 효과가 있을 때 하는 말입니다. 어떤 선택이나 결과가 전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측면이 모두 내재되어 있을 때도 동전의 양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요. 또 서로 대립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보완하는, 그래서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를 때도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가령 여러분이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약은 열을 내리고 기침을 멈추게 하고 또 가래를 해소합니다. 이렇게 감기를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는 약이지만 위장을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감기약은 동전과 같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자동차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이동과 운송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지리적인 거리를 좁히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고속철도와 비행기 등 운송 수단은 발전을 거듭했고 덕분에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해지고 새로운 문명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연료를 태우면서 가동되는 운송 수단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요인 중 하나이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인류에게 긍정적인 효과와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셈이지요.

인터넷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이용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고 그밖에 쇼핑과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졌죠.

하지만 인터넷이 야기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위 '악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다들 알 거예요. 또 뭐가 있을까요. 각종 음란물이 인터넷을 타고 확산되는가 하면 인터넷 뱅킹 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등 인터넷을 매개로 한 범죄도 적지 않잖아요.

그러고 보면 모든 세상사가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비가 내리면 우산 장수는 웃지만 부채 장수는 울상이 되는 것처럼 특정 현상이나 사물이 절대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경우는 드물어요.

생각해 보면 경제에도 동전의 양면과 같은 특성이 적지 않답니다. 가령 환율이 오르면 좋기만 할까요. 아니면 나쁘기만 할까요. 비가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환율이 오르거나 떨어질 때도 기업이나 사람들의 표정이 엇갈립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건 1달러를 살 때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죠.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통상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는 울상이 됩니다. 제품을 생산하려면 원재료를 해외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니까요.

반대로 수출업체는 표정이 밝아집니다. 원화 값이 떨어지면 해외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물건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환율이 떨어지면 상반되는 현상이 나타나겠죠. 최근 일본은 엔/달러 환율이 하락해 수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엔/달러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이고 엔화 값이 오르면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의 제품 가격이 상승하니까 소비가 주춤해 지겠죠.


하지만 일본 관광객들은 환호하고 있다고 하네요. 엔화 가치가 상승했으니 같은 여행 경비로 해외에 나가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더 고급스러운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국제 유가가 오르거나 떨어질 때에도 기업들의 표정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업체들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하며 초강세를 나타내는 사이 국내외 정유업체들이 강한 이익 성장을 나타냈고 주가도 동반 상승했었죠.

반면 항공업체는 유가 상승이 반갑지 않습니다. 기름을 태워야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데 기름 값이 올랐으니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는 셈이고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항공료를 인상하면 여행객이 줄어들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진퇴양난인 셈이죠.

금리는 어떨까요. 최근 한국은행 뿐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내리고 있죠.

이렇게 금리를 인하하면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금리 인하로 대출 이자가 떨어지고 이자 비용이 줄어들면 소비나 저축에 투입할 수 있는 소득이 늘어나게 되니까요.

반대로 현금성 자산이 많은 투자자들은 머리가 아플 거예요. 같은 금액을 은행에 예치할 때 금리가 떨어지는 만큼 이자 수입도 감소할 테니까요.

그런데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건 왜일까요. 최근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리는데 바로 이 때문이랍니다. 금리를 내려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소비와 투자를 부양하자는 것이죠.

위축되었던 심리가 회복되면서 소비가 살아나면 기업의 재고가 줄어들고 상품 가격도 상승하고 기업의 생산과 투자 고용이 활성화되면서 가계 소득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나타나죠. 물론 금리인하 한 가지만으로 선순환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여러 가지 다른 정책들이 필요하겠죠.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 불황이 걷히면 경제가 성장 궤도를 달리고 호황이 찾아올텐데 여기서 또 쏠림이 나타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더 이상 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나타난답니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를 올리고,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다른 정책들이 시행되겠죠.

이처럼 경제 변수들은 동전의 앞, 뒷면과 같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 경기 순환 사이클이 형성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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