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한 펀드는 배신하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 2008.11.12 11:55

[현명한 장기투자문화] (2)희망이 살아있는 이유

# 박 모씨(59세, 자영업)는 2003년 3월 퇴직금 중 일부인 5000만원을 현대모비스에 투자해 5년 넘게 보유중이다. 당시 매수 금액은 1만9000원대. 지난 7일 마감가가 7만5700원이었으니 누적수익률 298%, 평가차익만 1억5000만원에 이른다.

지난 해 7월 사상 최고치인 11만원까지 올랐을 때 팔았다면 지금보다 1억원은 더 만졌을테지만 후회는 없다. 박 씨는 회사의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이제껏 투자했고 앞으로 충분히 더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 송 모씨(39세, 회사원)는 90년대 후반 '바이코리아' 열풍을 일으켰던 '바이코리아펀드'(현 '푸르덴셜나폴레옹정통액티브주식 1')를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 1999년 9월 2500만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했고 7일 현재 수익률은 96%다. IMF 위기와 대우채 사태, IT 거품으로 증시가 곤두박질치자 대부분 투자자들이 환매했던 2000년, 송 씨의 수익률도 -40%까지 떨어졌다. '시간'에 투자하며 인내한 끝에 원금만큼의 이익을 얻게 됐지만 지난 해 10월 고점일 때 무려 400% 수익이 났던 것을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다.

송 씨는 "수익률이 400%까지 뛰었을 때 환매하지 않은 것을 왜 후회하지 않겠느냐"며 "그 돈을 찾아서 은행에 넣거나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모르겠지만 다시 다른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 투자했을텐데 거기서 손실이 나는 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섣불리 환매해 손실을 확정짓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게 송 씨의 10년 투자 교훈이다.

장기 투자 바람이 분다고 하지만 사실 국내에서 '진정한' 장기 투자자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국내 주식시장이나 펀드시장이 활성화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짧은 시간 화끈한 수익률을 바라는 한국인 정서상 몇 십년씩 '묻고 기다리는' 투자는 매력적이지 않다.


'국내 최초 주식투자신탁펀드'로 기네스북에 오른 '하나UBS안정성장1월호주식'은 1970년 5월에 설정됐다. 설정된 지 38년,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다. 그러나 이 펀드와 함께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투자자는 찾기 어렵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하나UBS안정성장1월호주식'은 70~80년대(당시 대한투자신탁) 수천억원의 규모를 자랑했지만 IMF를 지나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 운용이 안 되고 거의 죽은 상태였다"라며 "2005~2006년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펀드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고 전했다. 현재 설정액은 185억원. 모두 2000년 중반에 들어온 '뉴 머니'(New Money)다.

만일 70년대 설정 이후 아직도 보유중인 투자자가 있다면 현재 누적 수익률은 201%. 지난 해 10월 말 474%까지 수익이 났다가 최근 증시 급락으로 수익률이 악화되긴 했지만 펀드 '반토막'으로 시름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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