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는 2001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 참석했다가 다국적 제약사 로슈 본사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이 회사가 2000년에 개발한 ‘젤로다’라는 대장암 치료제가 위암에도 효능이 있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임상연구한 결과가 들려 있었다.
강 교수는 로슈를 설득, 젤로다가 위암에도 효능이 있는지 검증하는 임상2상 시험을 시작했고, 2002년에는 국내에서 위암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임상연구는 연구자가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는 IIT(연구자 주도 임상)과 제약사가 비용을 대는 SIT(스폰서 주도 임상)으로 나뉜다. 강 교수는 “질병과 신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내면 IIT를 상업적 이익이 있는 SIT로 발전 시킬 수 있다”며 “지금은 이런 시도가 적잖이 이뤄지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 받았다”고 설명했다.
IIT는 제약 회사차원의 지원이 없어 임상 연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다.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약값, 임상연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인건비 등을 연구자가 직접 조달해야 한다. 또 임상연구계획, 임상시험신청 등 복잡한 실무절차를 연구자 혼자 스스로 진행해야 한다.
강 교수는 “임상연구 방법을 관련 책을 통해 세워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때문에 처음에는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든 점이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첫 성공모델을 만든 이후 그에 대한 국제 의학계와 다국적 제약사의 평가와 대접이 달라졌다. 강 교수는 지난해 화이자가 개발중인 항암제의 다국가 임상연구 공동 총괄연구책임자(PI)로 선정됐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독일, 홍콩,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7개국이 참여하는 임상시험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도 그를 주목하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08)에서 위암과 관련한 항암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 세계 3만여명의 암 치료 의사들이 참석하고 2만여건의 임상연구 자료가 발표되는 학회에서, 연구결과를 구두로 발표할 기회를 가진 국내 의학자는 강 교수와 경북대 종양내과 김종광 교수 두 사람뿐 이었다.
IIT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약회사, 연구자 그리고 환자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조언이다. 강 교수는 “IIT를 통해 제약사는 신약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고 환자는 새로운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상시험에서는 다소 뒤쳐진 우리나라에서는 IIT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자꾸 개척해야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IIT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IIT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강 교수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IIT는 연구에 필요한 약값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식의 정책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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