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검사석…'외환銀 헐값매각' 재판 파행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8.11.10 16:12

검찰 "변론 연장" 법원 "이대로 종결"…담당검사 재판 도중 구형 않고 퇴장

"본 검사 퇴정하겠습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1심 결심공판이 열린 10일 서울중앙지법 505호 법정. 검사석에서 상기된 목소리가 울렸다. 굳은 얼굴. 자리에서 일어난 검사는 곧바로 서류를 챙겨 법정 문을 나섰다.

변호인 측이 막 최후진술을 하려던 참이었다. 법정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날 공판은 추가증거를 신청하며 변론종결을 미뤄달라는 검찰과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재판부가 대립하면서 1차례 휴정한 끝에 검찰이 구형하지 않고 재판 도중 퇴정하는 파행을 겪었다.

검찰은 "추가증거가 외환은행 매각에서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핵심증거인 만큼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재판을 종결하겠다는 재판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난 재판에서 이날 변론을 종결할 예정임을 검찰과 변호인 측에 알렸다며 "22개월간 86차례 공판을 열어 충분히 심리를 했는데 계속 이렇게 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라고 검찰 요청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팽팽한 '기싸움'은 검찰이 퇴정하기까지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증거조사를 마치고 재판부가 검찰에 구형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줬지만 검찰은 "결심을 확정적으로 예상하지 못해 준비를 못했다"며 한 번 더 재판을 열어 달라고 버텼다.


재판부도 검찰이 퇴정한 뒤 "형사소송법상 개정 후 재판부 허가나 동의 없이 검사가 퇴정해도 재판은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검사석이 빈 채 재판을 진행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번 일로 케케묵은 법·경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례적인 일이지만 파행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법원과 검찰이 속기록을 들고 '네 탓 다툼'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본래 법정에선 재판부와 검찰의 '다툼'이 아니라 검찰과 변호인 측의 사건 공방이 이뤄져야 할 터. 찝찝한 부분이 있어도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재판부의 몫이다.

공판을 주관한 이규진 부장판사도 재판 말미에 "원만한 진행을 제1 모토로 삼았는데 마지막에 지키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판결 이전이니 말을 아끼겠다"고 밝혔다.

2년 가까이 진행돼 온 이번 사건의 선고 공판은 오는 24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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