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오바마에 '겁먹은' 한국車?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8.11.11 10:11

"미국차 의전용으로 구입해야 하나" 위기감 지나쳐… "품질이 최우선"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서 잘 안 팔릴 것이란 예상은 지나친 비약 아닙니까. 미국차가 한국에서 안 팔리는 이유가 미국 정부가 한국시장을 수수방관했기 때문 입니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AT) 자동차 분야 내용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합니까. 문제는 경쟁력입니다."(국내 A자동차회사 고위 임원)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한국 자동차 산업의 향후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스스로가 너무 지나치게 위기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유세기간 중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우선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직접적인 타깃이 될 것처럼 미리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차업계 안팎에서는 우려감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한미 FTA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 한국에서의 미국차 판매 확대 등 새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이 마치 금방이라도 현실화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쯤 되면 '오바마 공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오바마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과연 한국차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까.

우선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GM과 포드는 3분기에 각각 25억달러와 1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크라이슬러 역시 경영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측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이같은 몰락은 금융위기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 실물 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스스로 어려움에 대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한때 잘 나갈 때 무리한 복지혜택으로 비용을 늘리고, 미래에 대비한 치밀한 전략 없이 투자를 단행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과 일본 자동차의 경쟁력이 더 강해서가 아니다.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다시 말해 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다른 한편에서 한국 자동차 메이커를 압박한다고 해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미국 새 정부가 아무리 보호무역 기조가 강하다고 해도 갑자기 관세를 높이거나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시장진입 장벽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설사 다른 형태의 강력한 보호부역 정책을 취한다 해도 이는 오히려 실물경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경기회복'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쉽사리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한미FTA 재협상 역시 양국 정부가 협상 타결까지 겪었던 험난했던 과정, 그 이상의 고통을 수반해야만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른 시일 내에 관세의 일부를 높이거나 낮춰서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차는 더욱이 이같은 관세장벽과 환율문제 등을 피해가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거나 짓고 있다.

오바마가 한국에서 미국차가 잘 안 팔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 역시 '선거를 의식한 단순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미국차의 판매가 부진한 것은 관세장벽이 높아서가 아니다. 한국소비자들의 기호를 잘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외에 유럽이나 일본차들은 한국에서 여전히 잘 팔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의 한국 자동차 관련 발언을 놓고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위기감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마치 오바마 측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한국정부나 대기업들이 상징적인 의미에서 의전용 차량으로 미국차를 몇 대라도 구입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새 정부가 가장 큰 과제인 실물경기 회복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경우 중소형차에 경쟁력이 있는 한국차에게는 결코 불리하지 않다"며 "우리 스스로 먼저 나서 호들갑을 떨거나 상대방에게 먼저 패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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