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버핏에서 서울의 개미까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11.12 17:16

[유일한의 마켓플로]

헤이먼 어드바이저의 카일 바스 관리 책임자는 지난 17일 "오늘날 무엇이든지 살 때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는 주식이나 채권, 금 같은 것을 매입하기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적었다. 그는 "주식을 사기 위한 시간은 언제든지 있다. 적절한 때는 수년이 지난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면 실업률이 10%로 치솟고, 미국 국내총생산(GDP)가 4~5% 감소할 때가 와 강세론자들이 산산히 흩어질 때가 오고, 바로 그 시점이 매입 적기라는 조언이었다. 아주 심한 비관론이다. 10월 중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느끼고 정리한 생각이었다.

바스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에 대해서도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9월 버핏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미국 주식을 사라고 조언한 바 있다. 버핏이 사는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는 신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성과 많이 유사하다. 버핏은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친절한 경제고문이기도 하다.

바스는 "버핏은 보유 자산이 50%가 날아가도 견딜만한 충분한 돈이 있다. 자산이 대거 하락해도 개인용 제트 비행기를 탈 수 있고, 평소 사는 방식대로 지낼 수 있다"며 "당신들은 과연 자산이 절반이 되어도 충분한 정도의 자본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신용경색이 1년반 가까이 진행된 지금, 전세계 주요 지수와 주가는 50% 안팎 하락했다. 바닥이 멀지 않았고, 사실상 지금부터 주식을 사야한다는 시각부터 다우지수가 6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투자는 온전히 자기 책임이기에 판단도 자신이 중심에 서서 해야 한다. 그래야 손해를 봐도 후회가 덜하다. 최소한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점은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입장의 차이다. 수백억 달러의 가용자산을 지닌 워런 버핏과 하루하루 고객들의 자금 투입과 환매에 의존해야하는 뮤추얼펀드 매니저, 수년간 운용을 위임받은 헤지펀드 매니저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헤지펀드인 매버릭 캐피털에 근무하는 스티브 갈브레이스는 다른 헤지펀드가 고객에게 보낸 편지를 대신 읽었다. 편지 어조는 장례식과 같았다. 내용은 "세계 경제는 2001~2002년이 아니라 이보다 앞선 끔찍한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매버릭 캐피털도 9, 10월 증시를 강타한 쓰나미를 피하지 못해 유례없는 손실을 입었다.

올해 헤지펀드 업계는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노동자들의 은퇴 이후를 대신 준비해주고 있는 퇴직연금 등 여러 연금 운용자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처지다. 돈을 불려 인플레이션 이상의 자산 증식을 지원해야할 판에 20% 안팎의 가치 하락을 당했기 때문이다. 돈이 들어와도 자심감은 이전만 못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안감이 여전한 서울의 투자자들은 어떤가. 살얼음판 장세에 수많은 '개미'(개인투자자를 지칭하는 애칭)들이 뛰어들었다. 기관과 외국인을 제치고 한번 벌어보겠다고 아우성이라고 한다. 수수료가 싸서 개인이 선호하는 키움증권의 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코스피지수가 80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일부의 목소리는 주변으로 밀려났다.

뚜렷한 방향성이 잠시 사라진 지금 당분간 개미들의 난타전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분수를 알고 이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간 높은 변동성에 '깡통'을 차기 십상이다. 자기 돈이 부족하다면 자제하는 게 낫다. 반대로 여유돈이 있는 현금 자산가라면 2~3년 보고 급락한 대·중·소 우량주를 사도 되는 시점으로 판단된다.

12일 미증시는 경기침체 분위기가 지배하는 가운데 개별 기업별로 등락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침체와 구제의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중 있는 경기지표는 예정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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