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전망하향', 금융시장 엇갈린 평가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김동하 기자 | 2008.11.10 15:05

"신인도 리스크 부각 악재" vs "전망만 내렸을 뿐, 영향 미미"

"크레디트디폴트스프레드(CDS)나 은행 신용등급 하향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쨌든 부정적이다."

"신용등급을 낮춘 것이 아니라 전망만 내렸고, 또 그 이유 역시 이미 지나간 내용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영국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10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로 유지하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국가 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악재가 분명하다는 입장과 이미 알려진, 그것도 어느 정도 해소된 문제를 이유로 삼은 뒤늦은 행동이라는 점에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시장 반응은 제각각=이날 주식, 환율, 채권 등 금융시장은 피치의 전망 하향에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일단 주식시장은 이 소식이 나온 직후 잠깐 악영향을 받는 듯 싶다가, 바로 상승 반전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일보다 17.97포인트(1.58%) 오른 1152.46을 기록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은 전날에 비해 26bp(+5.68%) 오른 4.84%에 상승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역시 개장초 하락세를 보이다가 피치의 소식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며 한때 1334.9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안정세를 찾으며 1325~133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전날보다 2.5원 내린 1326.3원에 마감했다.

◇"전망만 하향..큰 영향 없을 것"=금융시장의 모습처럼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뉘고 있다. 일단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은 신용등급을 낮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피치가 이유로 든 은행의 외채 상환에 대한 우려 등도 새로운 악재가 아니고, 어느 정도 완화된 지나간 악재라고 분석했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주는 국가신용등급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진 종목"이라며 "부정적인 요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심 애널리스트는 이어 "하지만 얼마전에도 해외 신용평가회사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가 다시 원상태로 복귀시킨 적이 있다"며 "신용등급 자체를 낮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주 주가에 대한 압박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증권사 전문가들 역시 뒤늦은 감이 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S&P와 무디스가 앞서 지적한 바 있는 같은 문제와 우려를 이미 완화된 시점에 제기했다는 분석이다.

주 환 BNP빠리바 상무는 "이미 시장에는 알려진 사실로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한 시점에 악재로 반영돼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JP모간증권도 피치가 이미 S&P와 무디스가 코멘트 했던 문제에 대해 뒤늦게 행동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가 신인도 리스크 부각될 우려"=반면 이번 피치의 하향이 생각보다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외신인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진호 우리선물 연구원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주식과 채권시장을 통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가 신인도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을 챙기려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더욱 부추겨 주식과 채권 매도를 강화시킬 수 있고,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경윤 맥투자자문 주식운용팀장도 "일단 CDS나 은행 신용등급 하향의 빌미가 될수 있어서 상당부분은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 같다"고 전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일단 예상치 못했다"며 "한국의 금융시스템, 즉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악재"라면서도 "오늘(10일)은 금융주 정도에 악재로 반영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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