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오바마, 개는 물론 뱀도 먹었다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부장 | 2008.11.10 12:30
#장면 1 : “인도네시아에서 살던 시절 개는 물론 뱀 메뚜기도 먹어봤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8일 오바마 당선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 50 가지’를 보도했습니다. 그 중에서 개고기를 먹은 사실도 나옵니다.

아마도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개고기를 먹어본 사람일 겁니다. 서양인들은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태생적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런 개고기를 먹어 보았다고 했습니다. 동류의식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 장면 2 : "1960년대 케냐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경제가 케냐 경제의 40배입니다. 케냐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2006년 8월 케냐 나이로비 대학,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는 아버지의 나라 케냐에 금의환향했습니다. 아버지는 경제학자로 케냐의 고위관리를 지내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는 케냐 최고의 명문인 나이로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연설을 하면서 한국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국의 급속한 발전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장면 3 : “한국인과 흑인들이 인종갈등을 빚었던 것은 한국인들이 눈에 더 잘 띄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하루 16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일한다”,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데, 허름한 옷가게에서 아이를 제운 젊은 아줌마가 어둠침침한데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그의 자서전인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는 'KOREA'라는 단어가 8번 이상 나옵니다.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시절, 흑인 빈민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한인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한인들이 흑인 동네에서 돈을 벌자 흑인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인종갈등을 빚습니다. 오바마는 여기에 대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쓰고 있습니다. 한인들이 흑인들의 눈에 잘 띄는 것일 뿐이라는 얘깁니다. 다른 한편으론 한인들의 부지런함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그는 한인들을 다음 세대를 위해 하루에 16 시간, 일주일에 7일이나 일하는 사람들로 묘사했습니다.


# 장면 4 :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일본이나 한국만 만들게 두지 말고 여기 미국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대선 토론회마다 한국 자동차와 관련한 발언을 했습니다. 오바마는 한국을 연비가 좋은 차를 만드는, 발전된 자동차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장면 4개를 종합하면 오바마는 한국을 부지런하고 경제기적을 이뤄냈으며, 첨단 자동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해 애정 어린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한국을 잘 아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한국을 첨단 자동차를 만드는, 발전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을 원조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경쟁의 대상으로 볼 겁니다. 더욱이 미국 자동차 산업은 지금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당선 즉시 미국 자동차 업계를 살려야 한다며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 중 일부를 자동차 업계를 살리는데 쓸 뜻을 내비췄습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미국 자동차 업계를 보호하려 할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 산별 노조는 민주당의 중요한 정치기반입니다. 미국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GM 등 미국 자동차 업계는 사실상 파산상태입니다. 실제 파산으로 이어져 실직이 많아지면 이들의 정치적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오바마는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할 것이며,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오바마는 한국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TV를 통해 들은 그의 발음은 거의 완벽했습니다.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고 여러 번 해서 체화된 발음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친근감이 배가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가장 잘 아는 미국 대통령. 가장 다루기 힘든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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