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775조원 투입에 금리도 계속 내린다

유일한 기자, 안정준 기자 | 2008.11.10 08:22

(종합)

-인민은행 총재, 통화 완화 공식 천명
-정부는 2010년까지 4조위안 내수부양
-8000억위안 증시 부양 가능성도

중국 정부가 2010년까지 4조위안(775조원, 5860억달러)을 투입해 내수경기를 진작시키는 대규모 부양정책을 공개한 가운데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공격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공식 천명했다. 앞서 160조원 상당의 대규모 증시안정책이 필요하다는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발표도 있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례없는 전방위 부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4조위안 들여 내수 활성화..차이나판 뉴딜정책
중국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4조위안(775조원)을 투입,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도로 항만 철도는 물론 농촌기반시설 건설 등에 자금을 대량으로 쏟아붓는 ‘차이나판 뉴딜정책’을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 당선자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내년초 대규모 2차 부양을 실시하기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전세계적인 뉴딜정책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중국정부는 지난 9일 저녁 웹사이트를 통해 재정정책에 촛점을 맞춘 경기부양책을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원자바오 총리 주재로 지난 5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안을 의결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금은 기간시설 확충과 사회복지시설 건설 등에 주로 쓰이게 된다. 중국 당국은 올해 안에 건설부문에 1000억위안(20조원)을 우선 투자한 뒤 내년 지진피해 재건 등에 200억위안(4조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9.0%로 5년래 최저치로 둔화된 가운데 내년에는 8%대 성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대규모 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셰쉬런 중국 재정부장(한국의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담 출장길에 올랐다가 중도에 귀국하는 등 이번 부양안은 매우 긴박한 분위기에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경기 하강 속도가 정부 예상보다 빠르다는 판단이다. 광둥성에서만 7000개가 넘는 수출기업들이 지난 10월 이후 파산하는 등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쇄도산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완구제조업체중 절반 가량이 올들어 파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도이치뱅크는 내년 중국 성장률을 7.5% 이하로 예상했다. 1990년 이후 거의 20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더욱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이 은행은 중국이 내년 8%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보다 크게 낮은 5%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에 있는 차이나인터내셔널캐피털의 하 지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내수 부양 재정 지출이 제 때에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은 7.3%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 소재 맥쿼리증권의 폴 캐비는 "걱정스러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기 상황이 꽤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며 앞으로 6개월 후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게 할 만한 재정 집행이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인플레 완화, 공격적 금리인하 전망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수 경기 부양에 이어 중앙은행 총재가 물가완화에 따른 금리인하를 공식 천명하는 등 공격적인 통화팽창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저우 총재는 9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최된 국제결제은행(BIS) 모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물가상승 압력이 약해짐에 따라 금리인하의 여력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통화정책을 매우 깐깐하게 취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러 차례 대두됐지만 저우 총재가 물가 완화와 추가 인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최근 두 달새 3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내수 경기둔화를 막고, 금융위기를 잡겠다는 글로벌 공조에 동참하면서 대대적인 통화 완화가 이뤄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 3분기 5년래 최저 성장했다. 수출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저우 총재는 "물가 둔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난 9월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4.6% 올랐다. 이는 1년래 최저다.
이같은 저우 총재의 발언은 4조위안 내수부양책이 공개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인민은행이 이제 물가를 버리고, 부양과 성장으로 통화정책을 공식 변경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대규모 증시부양도 뒤따를 듯
중국 증권당국이 증시안정을 위한 대규모 기금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소는 최대 8000억위안 가량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는 소식에 지난주말 증시가 막판 반등하는 등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증시안정기금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다.

올해 중국 증시가 반토막나는 동안 당국이 증시 안정을 위한 기금 조성에 직접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시로 제기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기금관련 루머는 단순히 '말'에만 그쳤을 뿐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지난 8월20일에는 JP모간체이스의 한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최대 4000억위안의 기금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증시안정기금 조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는 이날 하루만 7%대 급등하기도 했다. 이후 안정기금 소식이 없자 투자자들은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기금 조성 관련 보고서를 낸 사회과학원이 중국 국무원 직속 싱크탱크인 점을 미루어 볼 때, 당국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높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당국의 경기부양 의지가 뚜렷해지며 그동안 기금조성과 함께 '루머'에 그쳐왔던 공매도·신용거래도 실제 도입이 돼 기금조성 현실화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한편 사회과학원은 빠른 시일 내에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해 상하이종합지수 가운데 실적이 양호한 50개 이상의 우량주를 조건 없이 매입,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는 같은날 사회과학원이 증시 안정 기금뿐 아니라 비유통주 매각을 일정기한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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