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약을 마시는 미용사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8.11.10 12:21

[프로의세계]크레스트 김 가네다뷰티살롱 원장

↑크레스트 김 가네다뷰티샵 원장
ⓒ이경숙 기자
믿기지 않아 매니저인 키무라 씨(24)한테 슬쩍 물었다. "원장님이 진짜 파마약을 드시던가요?"

"예, 저도 마셔봤는걸요. 우린 파마약을 아미노산(단백질 기본단위)이랑 알긴산(미역 등 해조류의 수용성 섬유질)으로 만들어요. 음료에도 넣는다는 성분이요. 근데, (파마약을) 마시긴 좀 힘들어요. 맛이 좀... "

한 환경운동가로부터 "친환경 파마약만 쓰는 미용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8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의 '가네다크레스트뷰티살롱'으로 찾아갔다.

크레스트 김 원장(37, 본명 김영순)은 한 중년남성과 상담하고 있었다. 김 원장의 어깨 위로 길고 풍성한 생머리가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모 탈모관리전문센터의 회원이라는 이 남성고객은 연 회비 700만원짜리 회원권에 사인했다.

이 살롱의 회원은 400여명. 그 중 20%가 지방고객이고 10%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회비는 서비스 내용과 회원 수에 따라 연 100만원(개인)에서 1000만원(가족ㆍ동호회)에 이른다.

"저희는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 회원제로 전환했을 땐 단골 분들이 '크레스트, 너 많이 컸다'고 하시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았어요. 저희가 '소세이 레시피'를 잘 지키니까 고객들도 머리카락에 힘이 생기는 걸 느끼신거죠."

'소세이 레시피'란 '소세이 수(SOSEI Water)'를 사용한 파마법을 말한다. 소세이 수는 지난해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오염된 돌을 닦는 데 쓰여 국내 언론엔 '천연계면활성제'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네다살롱에선 소세이 수를 손님한테 '마시라'고 준다. 일부 고객들은 약수터에 오듯 찾아와 유리병에 담아간다. 플라스틱병에 담으면 화학성분이 녹아나오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높은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물 분자가 작아져 기름과도 섞이는데, 이 원리를 활용한 기계로 만든 것이 소세이 수"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소세이 레시피'엔 반드시 소세이 수가 들어가야 한다. 같은 천연재료를 일반 물에 섞어서는 파마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네다뷰티살롱은 2007년 초, 친환경 미용실로 개조하면서 6000만원을 소세이 수 기계를 사는 데에 투자했다. 또, 4000여만원을 들여 칠보석 찜질방, 다도실 등 부대시설을 만들었다.

"소세이 수는 따뜻한 기운을 많이 쐬고, 많이 마셔야 효과가 커지거든요. 하나(미용실)만 하는 것도 힘든데, 다른 테마까지 하려고 1억 여원을 투자한다는 결심이 쉽진 않았어요. 하지만 남들 안 하는 걸 해보자, 결심했죠."

김 원장의 결심엔 동료의 아픔도 작용했다. 1998년 일본에서 미용강사로 활동하고 있을 때, 그는 함께 일하던 동료강사가 손에 피부질환이 생겨 본의 아니게 은퇴를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사람들은 그게 중화제 독 때문이라고 아는데, 아녜요. 실은 샴푸 독 때문이에요. 미용실에서 손님 머리 감기는 어린 어시스트들 손을 보면 다 갈라져 있잖아요. 합성계면활성제가 그렇게 독해요."

김 원장은 당시 일본인 미용사를 통해 '소세이 레시피'에 대해 알게 됐다. 하지만 한국에 값비싼 소세이 수 기계를 들여올 형편이 되지 못했다.

2000년 삼성동에서 미용실을 개업한 후, "밥도 못 먹고 일할 정도"로 고생 끝에 그는 '웰빙 미용실'을 여는 데 성공했다. 불황도 그의 미용실은 피해갔다. 그는 "1년반만에 삶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회원제로 하니까 예약 손님만 받을 수 있잖아요. 웰빙 미용실 차린 덕분에 저도 웰빙하고 있어요. 사람도 달라졌어요. 소세이 레시피를 배우기 전엔 쓰레기도 아무 데나 막 버리던 사람이 이젠 거리에서 쓰레기 줍고 다녀요. 자연이 우리한테 주는 걸 배웠거든요."

"미용실, 의류업이 폐수 배출 1위 업종"이라며 환경운동가처럼 열 올리며 말하는 김 원장의 손을 슬쩍 쓰다듬어봤다. 18년 경력 미용사의 손이 노트북 두드리는 여기자 손보다 부드러웠다.
↑가네다뷰티샵 앞 전경.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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