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역시 대출 한도 축소는 말할 것도 없고 어음 할인 한도를 대폭 낮춰 잡았다. 급한 마음에 사채시장에 손을 벌려 보지만 '일단 보류'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라고 한다.
◇만기연장 대신 융통어음= 한동안 줄었던 중소기업의 어음 거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소기업의 어음 결제 비중은 39.5%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어음 결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7.1%를 기록했다가 올해 1분기 36.3%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2분기 이후 경기 어음 결제 비중이 높아졌다. 대기업이 물품판매 대금을 지급할 때 현금보다 어음 결제를 선호한 때문이다. 당장 현금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 중소기업 고객을 만나면 어음 결제가 늘어 견디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특히 대표적인 대기업인 A사가 거래 중소기업에 무조건 어음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2금융권 대출 관행도 한몫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자 대출 만기 연장 대신 융통어음을 받고 있다. 융통어음은 물품 거래와 상관 없이 신용으로만 돈을 빌릴 때 발행하는 어음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된 대출금을 회수하려면 절차가 복잡하지만 융통 어음을 받아 놓으면 법적 절차가 간소하고 회수율도 높다"면서 "기존에도 이런 관행이 있었는데 최근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어음할인은 '뚝'=어음 결제 비중이 늘면서 현금을 손에 쥘 수 없게 된 중소기업이 어음 할인에 나섰다. 할인 문의는 쇄도하지만 금융권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어음 할인 한도를 낮게 잡고 심사를 강화했다"면서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은행도 건전성에 신경써야 하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저축은행 역시 "이런 식으로 신중하게 심사하면 돈을 빌려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면서 "어음 할인율도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여기에 기업들이 마지막으로 손을 벌리는 명동사채 시장 분위기도 예전같지 않아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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